지난 주말 한중 마늘분쟁이 조기에 매듭지어져 양국 통상마찰의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일단 중국측의 요구를 수용, 외부 갈등은 봉합했지만 수입물량의 처리를 놓고 마늘농가의 반발 등 내부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아졌다.■얻은 것과 잃은 것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22일 이번 협상과 관련 "줄 것 다 주고 '국내용 명분'만 챙겼다"고 폄하했다.
민간 자율도입 물량인 관세할당(T/Q)물량을 중국측 주장대로 의무 도입분으로 수용, 지난해 분 까지 소급 적용키로 한 것은 향후 대중국 통상협상의 불리한 선례라는 지적이다. 물론 챙긴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 면에서 양국이 합의한 톤당 550달러(FOB기준)는 지난해보다 80달러가 싸고, 일본이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마늘 가격(570~600달러)보다 낮은 수준. 수입 시한도 8월말까지로 연장, 국내 햇마늘 출하에 따른 가격동향 점검과 수입물량 처리 방안 모색에 다소나마 여유를 갖게 됐다.
■반발ㆍ후유증 클 듯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가장 큰 난제는 누가 마늘 구입비용을 부담할 것이냐 여부. 4월 현재 국내 마늘 도매가격은 kg당 1,500원선. 평년의 2,133원은 물론이고, 지난해 같은 시기의 1,650원보다 크게 떨어져 있다.
정부가 쌓아놓고 있는 재고 비축분도 1만3,000톤 규모. 국내 42만 마늘농가로서는 폭락한 마늘가격을 정상화하는데 쓰여야 할 농수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으로 중국산 마늘(MMAㆍ최소시장접근물량)을 사 주는 것도 분통 터지는데 민간 도입분(T/Q)까지 부담한다는 것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경북 의성 등 마늘주산지 농민회들은 이날 성명 등을 통해 '반농민적 통상외교'를 규탄하고, 실력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했다.
정부가 농안기금의 대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폴리에스테르(PE)와 휴대폰업계도 심기가 곱지 않기는 마찬가지.
PE 대중국 수출 8개사 가운데 4개사가 지난 1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법정관리나 화의 상태에 놓여 있다.
환율이 좋아 그나마 수익을 낸 나머지 업체와 휴대폰 업계도 "지난해분 부담은 그렇다 치더라도 올해와 내년은 또 어떻게 할 것이며, 제2ㆍ제3의 마늘사태 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내 관계장관 대책회의 등을 통해 해법을 도출한 뒤 업계 등과 대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수입부담금의 '정부-업계 분담'원칙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중국 통상협상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통해 들여다보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며 "중국은 현재 연간 56억달러(중국측 119억달러 주장)의 흑자 시장인 동시에 몇 안되는 안정적인 황금시장"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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