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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은행지배 과도 / 기업금융 '찬밥'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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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은행지배 과도 / 기업금융 '찬밥'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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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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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 금융지배 → 기업 투자 축소 →산업 및 고용기반 붕괴 →자본 해외 이탈'국가경제의 '뿌리'인 은행이 외국인 자본에 점령당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다.

선진금융기법 도입, 수익성 극대화, 경영 투명성 확보 등 외자 도입의 긍정적 효과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50% 이상의 은행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향후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까지 외국인에게 '1대 주주' 자리를 양보할 경우 국가적인 금융 전략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은행 공공성이 파괴된다

1999년말 제일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며 대주주로 등장한 미 뉴브리지캐피탈은 올 초 금융감독원과 한판 전쟁을 치렀다.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 일환인 '회사채 신속인수'에 정면으로 반기(反旗)를 든 것. 금감원은 "정부 정책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지만 "수익성에 도움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다"는 제일은행 측 항거에 속수무책이었다.

외자 지배가 심화하는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충돌이다.

상당수 금융 전문가들은 '개별 금융기관의 수익성 창출 = 전체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외국인 대주주의 논리에 회의적이다. 저축과 투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이 실종돼 자금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기준으로 보면 국내 기업 대다수가 투자부적격이다. 이들은 수익성을 해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개인대출에 치중하거나 아니면 해외 투자 비중을 높이게 될 것이다. 결국 저축과 투자간에 괴리가 발생해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 김동환(金東煥)박사의 지적이다. 특히 현대, 대우사태 등 국가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등을 돌려버릴 경우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곧바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 리딩뱅크를 사수하라

금융 전문가들은 국민-주택 합병은행, 한빛은행 등 리딩뱅크까지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간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은행을 외국인에게 넘겨 새 바람을 불어넣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리딩뱅크까지 외국인에게 넘길 경우 나머지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협조할 리 만무하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

외국의 경우 외자에 대한 규제의 틀을 보완하고 감독 기술이 높아지는 정도에 맞춰 시장개방 속도를 조절한다.

호주는 1996년까지 4대 은행에 대해 외국인 지분참여를 불허했고 캐나다는 외자에 대해 동일인 총지분을 25%로 제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외국인 총지분을 35%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놓았다.

상대를 불문하고 무조건 자금만 조달하면 지분을 넘기는 이른바 '묻지마 외자유치' 행태도 심각하다.

금융노조 하익준(河翼駿) 정책부장은 "은행은 국가 경제의 근간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투기펀드에 지분을 넘길 때의 위험을 일반 기업체와 비교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외자유치에서 탈피해 대상 선택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국내은행 소유 외국자본

국내 은행을 소유한 외국 대주주들은 크게 세부류로 나눠진다.

첫번째 부류는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등 단기투자펀드. 칼라일그룹은 1987년 설립된 인수ㆍ합병(M&A) 전문기업으로 자산규모가 15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3위의 투자기업이다.

미국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자회사인 뉴브리지캐피탈 역시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주로 부실기업을 M&A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이를 되파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넓게 보면 골드만삭스도 이 부류에 포함된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의 기업, 금융기관, 정부, 개인 등에게 투자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로 투자 차익 확보를 주목표로 삼고 있다.

두번째는 코메르츠은행 등 전통 은행 그룹. 독일 3대 은행 중 하나인 코메르츠는 외환은행의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거부하는 등 경영에 적잖게 간여하고 있지만 현대 처리 등 정부 정책에도 상당 부분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지막 부류는 ING, 알리안츠 등 세계적인 보험 그룹. 이들은 경영권이나 투기적인 목적 보다는 '방카슈랑스(은행 보험 겸업)'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보험이나 은행 그룹 등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만큼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다"며 "하지만 투기성 펀드의 경우 매년 30%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수익에 급급해 금융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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