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족과 효과의문.' 지난달 28일 갑자기 남북탁구 단일팀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남측에 전달한 조선탁구협회 채라우 서기장(사진)이 밝힌 단일팀 무산의 가장 큰 이유이다. 채 서기장은 제46회 일본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단일팀 불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채 서기장은 조선탁구협회의 실세로 이번 대회에 북한단장으로 참가했다.부인 김득숙씨는 북한 체조대표팀 코치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단일팀이 무산된 이유를 속 시원히 밝혀 달라.
"91년 지바대회 단일팀 구성 때는 두세달 전부터 양측이 회담을 충분히 가졌다.
이번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3월 중순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이 북에 왔을 때도 이미 늦은 시기였다. 더욱이 김 장관이 남측 탁구인을 대동하지 않고 정부관리만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할 기회도 없었다."
-남북교류 속도조절과 북미관계 등 정치적 요인이 컸다고 남쪽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91년에 비해 이번에는 북남이 힘을 합쳐도 실력이 크게 늘지 않을 거라는 판단도 했다. 유일팀이 됐는데 성적이 나쁘면 7,000만 조선인민 전체가 실망한다. " (그는 정치적 이유에 대해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미국은 도깨비 같은 존재다. 최근 미국의 적대적인 태도로 인해 인민들이 옛날 일까지 들춰가며 미국을 욕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단일팀 불참문제를 탁구협회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나.
"당국과도 상의했다. 엔트리 마감일(3월28일)까지 남측에 통보를 미뤘다는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신중히 토론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참가경비 분담이 걸림돌이었다는 추측도 있다.
"일부에서는 돈 문제를 거론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 남조선의 제안서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단지 시간부족을 내세워 복식조를 남조선은 남조선 선수끼리, 북은 북대로 구성하자는 내용은 통일팀 원칙에 맞지 않는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정화씨가 얼마 전 딸을 낳았고 리분희에게 보내는 편지도 작성했다(본보 3월19일자 참조).
91년 지바대회 북쪽 주역들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리분희는 탁구협회 실무일꾼으로 일하고, 류순복은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화가 쓴 편지는 내가 꼭 전달해 주겠다. 분희가 매우 기뻐할 것이다."
-남북대결 가능성도 있는데.
"동포애 발휘도 좋지만 경기는 아버지와 아들간에도 반드시 승부를 가려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성적을 기대하나.
"여자 선수들에게 기대가 크다. 경기 전 자신감을 갖는 건 좋지만 해봐야 알지.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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