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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오는 손님'앞서 '있는손님' 친절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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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오는 손님'앞서 '있는손님' 친절했으면

입력
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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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결혼식이 있어서 한 예식장에 갔다. 한국에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놀랍고 부러운 것은 먼 친척부터 동네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신랑 신부를 축복하는 장면이다.일본에서 결혼식은 촌수가 가까운 친척이나 회사 상사 동료, 친한 친구 등 초대할 손님을 골라낸 다음 초대장을 보내기 때문에 보통 양가 합쳐서 50~100명 정도가 모일 뿐이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일을 겪었다. 축의금을 수령하는 접수처에서 하객들의 식사를 위해 식권을 배포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예식장에서는 식당의 입구에서 신부 친구의 사람에게 식권을 나눠주게 했다.

예식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식당이 지하에 있어 혹시라도 식권을 못 받는 하객을 위해 식당 옆에서도 하객중 누군가 식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 정확한 인원수를 헤아려야 하고 직원들의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이 대신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결국 내 친구의 친구가 식권을 배포했는데 그녀는 결혼식을 못 봤다. 하객에게도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것은 결혼식인데 식권 문제로 하객 가운데 한 명이 '희생'된 것이다. 최소한 결혼식이 진행되는 시간에라도 직원이 대신 하게하는 방법이 없었을까.

지난 겨울엔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시내버스를 탔는데 술에 취한 아저씨가 차에 올랐다. 그 아저씨는 겨우 좌석에 앉을 정도 였으니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버스 운전기사에게 욕설 같은 것을 했는데 그래도 폭력을 쓰지는 않고 그냥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기사가 일어나더니 600원을 줄 테니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많이 취한 사람을 태우고 운전하면 위험하니까 내리라는 것이다.

취한 아저씨는 이 말을 듣고 손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항의했는데 결국 운전기사는 다음 정류장에서 600원을 주고 그 아저씨를 강제로 하차시켰다.

운전기사는 승객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승차거부를 당한 아저씨는 취한 상태로 욕설을 했지만 다른 승객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자리에서 떨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오히려 버스의 난폭운전 때문에 그 아저씨가 쓰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에서 모자라는 것을 하나만 말하자면 낯선 사람에 대한 대접을 들 수 있다.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서 왜 고객위주의 서비스가 적은지 이해가지 않는다.

한국이 짧은 기간 안에 고도경제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한국만큼 단기간은 아니었지만 일본 역시 고도경제성장을 한 나라인데도 일본의 '과도한'(?) 서비스 정신은 한국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14일 일본에서 국민가수라고 불러졌던 미나미 하루오(三波春夫)씨가 별세했다. 고도 성장기에 이름을 날렸던 그는 지금도 일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상투구(常套句)를 남겼는데 그는 무대에 설 때마다 "손님은 하느님입니다"라고 말하고 나서 노래를 불렀다. 이번에 그의 죽음을 맞아 한국의 서비스 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돈을 받는 직업이라면 오는 사람 모두가 손님이다.

한국에서도 "손님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과연 손님을 먼저 생각하고 있느냐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다. 그 광고에는 '오는 손님에게 친절하게'라는 구호가 있다. 나는 이것보다 먼저 '있는 손님에게 친절하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에게 친절하려면 먼저 한국인끼리 친절하게 대해야하지 않을까.

후카노 쇼이치ㆍ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전공ㆍNHK 제1라디오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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