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0일 임동원 통일, 한승수 외교통상, 김동신 국방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며 '외교안보 세미나'를 가졌다.오찬에는 이한동 국무총리와 신 건 국정원장도 참석했다. 김 대통령은 "오늘 무슨 결정을 내리자는 게 아니니 마음껏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자유 토론을 유도했다.
김 대통령이 먼저 경의선 공사의 진척을 묻자 김 국방 장관은 "공사 세부지침에 대해 남북이 서명을 했지만 북한이 서명서를 보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 장전항 호텔의 카지노 문제도 물었다. 임 통일 장관은 "현대가 허용을 요청하고 있는데 본질적으로 북한의 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국내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답보 상태에 처해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화였다.
김 대통령은 이어 "콜린 파월 미 국무 장관의 방한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한 외교 장관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파월 장관이 5월에 오면 필요할 경우 6월 중 방미를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 대통령은 "미국의 윈윈 전략이 변경돼느냐"고 묻고 "우리의 안보에 영향이 있으니 관심을 갖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김 국방 장관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 "윈윈 전략이 변경되도 미국은 동맹관계를 중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통령이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보도를 했다"고 지적하자 임 통일 장관은 "언론 보도는 있었지만 당국자의 얘기는 일체 없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재래식 무기를 거론한 후부터 북한은 사안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 때마다 주한 미군 철수를 얘기하고 있다"면서 "대미 협상용으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대통령은 토론을 마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언제 이루어지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볼 때 합리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일본과 대화하고,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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