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영화에만 7편을 출연한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74)가 유니세프(UNICEFㆍ유엔아동기금) 친선대사 자격으로 18일 내한, 20일 기자회견을 했다.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된 뒤에야 한국을 첫 방문한 이 스타는 "한국이 이젠 수혜국이 아니라 기부국이니 '깡통'좀 많이 채워달라"고 웃었다.
로저 무어가 한국에 온 것은 9월 유엔아동특별총회의 의장국을 한국이 맡았기 때문. 동시에 그는 방한중 고건 서울시장과 만나 월드컵에 아동의제를 채택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귀국 후에는 유니세프총재에게 북한을 방문할 뜻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91년 유니세프가 제작한 기부금카드의 라디오광고에 출연하면서 유니세프와 인연을 맺었다. "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아이들이 부르면 어느 곳이든지 달려갔던 동료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명을 받은 것"이 이 같은 광고 자원봉사로 이어졌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는 전 세계에 5명으로 주로 난민지역 및 개발도상국을 방문하고 각국 정부에 유니세프 지원을 호소한다. 로저 무어 역시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주로 순회했는데 TV가 없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오지도 제법 됐다고 한다.
그동안 영화보다 더 극적인 경험도 많이 했다. 필리핀에서 집 구경을 시켜 주겠다는 걸인소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기 무섭게 갑자기 나타난 마약중독자에게 초대한 모녀가 살해되는 모습을 책상밑에 숨어서 지켜본 적도 있다.
그래도 91년 과테말라의 오지에서 유니세프 후원으로 설치된 수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것이 생애 최고의 감동이라고 회고한다.
배우 보단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더 보람있다는 로저 무어는 아내 크리스티나 사이에 3명의 자녀 말고도 "전 세계 고통 받는 어린이 수만 명이 모두 내 아이들"이라며 강조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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