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약발'이 하루만에 끝난 것일까.미국의 기습적인 금리인하와 이에 따른 미국 나스닥시장의 폭등으로 4월 랠리에 대한 기대감까지 낳게 했던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급변했다.
전날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이면서 1월 랠리를 재연할 것으로 믿었던 외국인투자자들도 매수강도를 급격하게 축소했고 반도체주와 증권주 등 최근 반등을 이끌었던 주도주들도 약세로 돌아섰다. 증시전문가들은 쉬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던 만큼 반락이 불가피한데다 미국과 국내의 실물경기 호전에 대한 자신감 회복에도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조정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0일 주식시장은 전날 호재로 믿었던 부분들이 하루 밤사이에 악재로 변하면서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전날 6,7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장초반 순매도를 출발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끝에 200억원 규모의 매수우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지분한도 소진으로 외국인들이 새로 투자할 주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주가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1,300원 밑으로 하락하면서 안정감을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대로 치고 올라오는 등 외환시장이 동요를 보인 점도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매물소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제약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까지 7일의 영업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 상승하기만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491.21이었던 지수는 19일 563.31로 무려 72.1포인트나 뛰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장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반등시마다 매물을 쏟아내고 있어 560대 이후에 몰려있는 두터운 매물벽을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560∼580선에는 13.6%, 580∼600선에는 32.6%의 매물이 각각 포진해 있어 내부 유동성 보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추가 상승에 적지않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수가 매물벽을 뚫지 못하고 550선밑으로 내려올 경우 박스권은 이전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관건은 나스닥시장의 향배에 달려있다.
김석중 교보증권 이사는 "미국 실물경기 호전과 관련한 시그널이 없다면 미국과 국내 증시는 상당기간 횡보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특히 27일로 예정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와 다음달 4일에 발표되는 4월 미국고용 동향의 내용이 부정적일 경우 조정의 정도가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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