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칫 늦어지면 추해집니다. 그래서 한 발 앞서 떠나기로 했습니다."산업자원부 조환익(趙煥益ㆍ51) 차관보가 19일 전격적으로 '용퇴'를 선언했다.
1975년 상공부 사무관(행시 14회)으로 공직에 몸담은 이후 요직만을 돌며 고시 동기 선두를 지켜온 그는 현 산자부 1급 가운데서 가장 후배다. 그런 만큼 그의 용퇴는 부처내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조 차관보는 "공직에 있던 27년 동안 본의 아니게 동기를 누르고, 선배를 앞지르며 달려온 삶에 회한이 남는다"며 "이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과감히 물러나는 타 부처들과 달리 모두가 자리에 연연하는 듯이 비쳐 '2류'로 비아냥받는 산자부의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는 말도 했다.
그는 83년 아주과장 직무대행 시절 고시 2~3회 선배들을 누르고 과장에 보임됐지만 끝내 선배들에게 양보한 일화도 갖고있다. 그 직후 조 차관보는 통상 핵심부서인 미주과장에 발탁됐다.
어쨌든 조 차관보의 용퇴로 산자부 1급 승진 대상 폭은 당초 2석에서 3석으로 늘었고, 국ㆍ과장 등 후속 인사도 숨통을 트게 됐다.
산자부의 한 국장은 "조직에 꼭 필요한 분이 나가게돼 섭섭하기 짝이 없다"며 "조 차관보가 용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뜻을 모두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표가 수리된 뒤 갈 곳이라도 있느냐'는 물음에 조 차관보는 "산자부 공무원의 경쟁력을 우습게 보는 거냐"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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