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도 보이스카우트 제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을 보면 남 같지가 않아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좋은 활동한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김정일(金精一ㆍ60) 서울 명일초등학교 교장은 보이스카우트를 사랑한다. 22년간 여러 초등학교에서 보이스카우트 대장으로 활동하고 현재 서울남부보이스카우트연맹 이사를 맞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이스카우트가 인간을 인간답게 길러낸다'는 믿음이 이 같은 애정을 만들었다.
교육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그가 처음 부임한 곳은 경기 화성 태장초등학교. 그림같이 아름다운 학교였지만 학생들은 비참했다. 얼마 안되는 월급의 반을 쪼개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사줄 수밖에 없었다. 6년간 이런 생활을 하던 그가 서울로 전근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서울 아이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시골 아이들보다 빈곤했어요.
나약하고 이렇다 할 추억도 없는 아이들에게 보이스카우트가 좋은 교육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매동초등학교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그는 우리나라 학교방송의 개척자로도 유명하다. 영화감독 강제규씨의 아내인 탤런트 이성미씨도 그가 학교 방송을 통해 길러낸 제자.
1984년 장학사가 돼 서울 동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을 지내는 등 교육행정가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마음은 늘 학교에 가 있어 밤이면 어린 학생들과 볼을 부비는 꿈을 꾸곤 했다. 결국 그는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임지로 현재의 명일초등학교 교장에 부임, 소원을 풀게 됐다. 이 학교에서 그는 '예절을 갖춘 시민' 양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매달렸다. 예절교육실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한복입기, 다도, 절하기 등을 가르쳤다.
김 교장은 "올 가을이면 학교를 그만둬 아이들과 생활할 수 없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사람 키우는 데 보낸 지난 41년이 자랑스럽다"며 눈가로 주름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부인 김인숙(金仁淑ㆍ58)씨도 서울 수서초등학교 교장이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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