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점으로 치자면 A 마이너스 수준이다."조지타운대의 윌리엄 테일러 교수는 최근 LA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 해군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에 대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술을 이렇게 평가했다. 또한 뉴스위크지의 조사 결과 미국민의 69%는 정찰기사건에 대한 부시의 대처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로 취임 3개월을 맞는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 전문가들의 우려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호평과는 달리 부시는 외교면에서는 지나친 국익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바람에 적지않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외교분야-NMD추진·교토의정서 파기등 힘바탕 국익우선시
부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결정을 유보했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선거운동기간 중 주창했던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NMD 체제의 추진과 나아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의 폐기를 시사한 부시의 강경 드라이브는 곧 바로 러시아와 중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외교관 50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하는 등 클린턴 전 행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급속도로 냉각시켰으며 중국과는 정찰기 충돌사건으로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으며 이 문제는 현재도 미해결상태로 남아있다.
부시는 또한 대북 정책에서도 강공책을 구사해 한미 관계가 불협화음에 빠져들게 했다. 부시는 지난 달초 방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회의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부시는 특히 클린턴 행정부가 타결직전으로까지 진전시켰던 북미 미사일협상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전제되지 않고는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민주당과 대북 온건론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부시의 일방 통행식 외교정책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京都)의정서'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지구촌 곳곳에서는 미국의 오만함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과 대치중인데도 많은 동맹국들이 미국을 거들고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텍사스의 무법자'를 방불케 하는 부시의 거만한 외교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시의 외교정책은 20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제3차 미주정상회의에서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 국내분야-각료들에게 전환일임 위기극복·대통령직 성공수행
한편 부시는 국내정치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득표율에서는 뒤지고도 대법원의 판결에 힘입어 가까스로 대권고지에 올랐다는 태생적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는 부시는 취임 초 소수민족 출신들을 각료에 포진 시키고 자신의 공세적 대선공약을 완화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부시는 자신의 10년 동안에 1조6,000억 달러의 세금을 줄이는 감세안을 홍보하기위해 20개 주를 순회했으며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감세안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이 같은 감세안을 토대로 한 2002 회계연도 예산안은 상원에서 4분의 1이나 삭감됨으로써 부시는 취임 후 의회에서 처음으로 판정패 하기도 했다.
부시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했던 많은 법안들을 번복,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의 석유시추계획추진과 멸종 위기동물 보호법안 폐기 등으로 환경 운동가들로부터 '친기업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는 행정 전반에대한 권한을 각료와 참모들에게 일임하는 기업가형 통치술을 구사함으로써 비교적 위기를 잘 극복해냈다"며 "그러나 부시의 진면목은 부활절 연휴가 끝나는 이번 주 의회에서 불거질 각종 현안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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