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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성냥공장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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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성냥공장 소녀

입력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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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슴없이 자기 작품 중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를 졸작, '성냥공장 소녀'를 걸작으로 꼽는다. "내 영화를 남의 영화와 비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며 영화제 출품을 거부했다."내 영화를 이해하고 원하는 소수만을 만족시키면 된다" 고 말한다. 그러나 '레닌그라드.'는 마니아들을 열광시켜 그의 평가를 뒤집어 버렸다.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메키 감독(44)은 이렇게 괴팍하다. 성격만큼 영화도 지독한 독설과 풍자, 현실과 환상의 충돌, 냉소와 자조가 난무한다.

그가 5년만에 '성냥공장 소녀'로 다시 찾아왔다. '레닌그라드.' 가 자본주의에 대한 일종의 우화적 조롱이라면, '성냥공장 소녀' 는 지독한 저주이다. 아주 냉담하고 무표정하기 짝이 없는.

엄마와 계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냥공장에서 다니는, 말없고 마르고 무표정한 소녀(카티 오우티넨)에게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인다. 기계 같다.

TV 뉴스는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급박하게 전하고, 어느날 따스한 가정과 인간의 환상이 깨질 때 소녀는 세상에 저주를 퍼붓는다.

살인을 하고, 부모가 먹을 음식에 쥐약을 탄다. 피조차 증발해 버렸다. 분노와 복수까지 무표정한 현실. '동화나라로 조차 생각만으로 갈수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감독의 연민이다.

시네큐브 광화문은 28일부터 두 영화를 비교할 수 있도록 홀수 회는 '성냥공장 소녀', 짝수 회는 5년전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지나간 '레닌그라드.' 를 교대로 상영한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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