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에 인수된 NTV 방송 언론인들이 최근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사진)가 소유하고 있는 TV6로 대거 자리를 옮기면서 TV6의 이사진이 사퇴, '언론통제' 를 둘러싼 러시아 TV 분쟁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TV6 구 경영진과 NTV 언론인 사이의 사실상의 자리바꿈은 러시아 유일의 독립 민간방송인 NTV의 국영화에 반대하는 해직 언론인들의 저항이 보다 조직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으로 풀이돼 러시아 정부의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베레조프스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돈 세탁 등의 혐의로 해외 망명중인 대표적 올리가르히(과두지배세력)이자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이너 서클의 핵심 멤버여서 경우에 따라서는 NTV 분쟁이 푸틴 대통령과 옐친 전 대통령의 기득권층과의 세력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베레조프스키는 NTV 설립자인 언론재벌 블라디미르 구신스키와 한때 적대적이었던 경쟁관계여서 이번 'TV6의 NTV 영입' 을 계기로 푸틴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이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NTV 소속 보도진들은 18일부터 TV6 뉴스 프로그램을 '접수' 했으며, 알렉산더 포노마리요프 TV6 보도국장은 사임 성명을 발표한 뒤 TV6의 현 상황에 대한 전 러시아 TV 방송사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NTV 사태에 대한 베레조프스키의 반(反)푸틴 측면지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일에는 자신이 설립한 '시민자유재단' 이라는 비영리 재단을 통해 NTV를 비롯, 정부 탄압으로 희생된 언론인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이번 TV6 이사진 사퇴이전부터 NTV 언론인들이 정부의 언론통제 부당성을 알리는데 TV6 채널을 이용토록 하는 등 이번 사건을 푸틴 정부의 비도덕성을 부각시키는 발판으로 사용해 왔다.
지난 3일 가즈프롬이 NTV의 현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면서 언론인 대량해고로 확산된 NTV 사태는 푸틴 대통령이 최근 가스프롬의 NTV 인수 적법성을 대법원 판결에 맡기겠다고 표명하는 등 유화책을 제시했으나, 가즈프롬이 17일 구신스키 소유였던 일간 '시보드냐' 와 주간지 '이토기' 를 전격 폐간 시키면서 다시 양측간 극한대립으로 치달았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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