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경매장, 오르세 미술관, 인사동 거리.. 거의 매일 신문 지면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미술 시장이다.그곳에선 연간 1조원이 넘는 미술품 경매가 이뤄지고, 근대 프랑스 미술의 자존심이 피어나며, 수많은 화가들이 몰려든다. 무한경쟁시대로 치닫고 있는 미술 시장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최병식 경희대교수가 쓴 '미술 시장과 경영'은 미술 시장을 유통 중심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한국 미술 시장의 역사와 구조, 작품 수집과 감정, 경매 과정, 프랑스 국가 공인 경매제도 등을 2년 여의 국내외 현지 조사와 통계를 근거로 꼼꼼하게 망라했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검은 거래의 온상처럼 인식돼 온 한국의 미술품 유통시장에 대해 주목했다. 3공화국 시절부터 미술 시장은 부정적 시각에서 취급됐고, 이로 인해 경매 시장 같은 자유로운 미술품 거래조차 지금까지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소개한 한국 미술품 감정 실태와 미술품 값 책정 과정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1999년 한국화랑협회의 감정품 330점에서 위작이 무려 93점으로 28%를 차지했고 감정 불능 작품도 19%에 달했다. 원로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75%가 본인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국내 미술품 유통구조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감정ㆍ도난ㆍ보험 등 구체적인 시장 관련 법안을 통한 제도 개선, 안정적 유통구조 마련을 위한 정보센터 설립 등이 절실하다고 최교수는 주장한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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