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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사전 /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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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사전 / '예술'

입력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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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 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카피가 있었다. 이 때문에 어느 초등학교 시험에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는데 학생이 침대를 골랐다는 우스개가 있다. '침대는 과학적'이라고 하지 않고 '침대는 과학'이라고 해서 이 학생은 침대는 과학으로 알았다고 한다.

은유는 직유보다 강하다. '내 마음은 호수와 같다'보다 '내 마음은 호수'가 훨씬 또렷하다.

'예술이다'와 '예술적이다'의 차이 역시 이러한 은유와 직유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예술이 아닌 것도 '예술적이다'라고 표현해 왔다.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 모든 예술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예술처럼 감동을 주는 것은 예술의 장르가 아니어도 '예술적'이라고 했다. '예술적인 포장솜씨' '옷맵시가 예술적이다' 등등. 하지만 예술이 갖추어야 할 양식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예술'이라고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예술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서울대 미학과 오병남 교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 장르인 미술도 기예(techne)로 여겨지다가 르네상스를 지나 디드로 같은 18세기 백과전서파에 의해서 지금 같은 의미의 예술로 인정된 것처럼 예술의 개념은 계속 확장된다"고 말한다.

변기도 뒤샹에 의해서 예술이 됐고, 백남준에 의해서 TV화면도 예술이 됐다. 소음으로 들렸던 도마질 소리나 냄비 두드리는 소리까지도 '난타'라는 공연으로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대접받게 됐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틈을 타 어느새 '예술이다'는 말도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 버렸다. 이제는 예술의 양식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미용사와 분장사를 '헤어 아티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등 예술가의 영역이 넓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요즘은 놀라운 것을 봤을 때 주저없이 '와! 예술이다'라고 탄성을 지른다. 삼양라면 라우동광고는 라면맛을 "예술이네, 예술"이라고 표현하고 특이하게 생긴 사람은 '얼굴이 완전히 예술'이라고 한다.

또 가구 광고에서는 아예 '생활이 예술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술도 '예술'로 마실 수 있고, 놀기도 '예술'로 놀 수 있다.

지금 한국인들이 쓰는 새로운 말을 '21세기 문화어사전'이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문화어를 알고 싶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일보 여론독자부로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22-3124 팩스 (02)739-8198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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