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꾼들은 곡우(穀雨ㆍ20일)가 되어서야 나선다. 이미 3월 중순부터 물낚시가 시작됐지만 진짜 시즌은 이제부터이다.시린 겨울의 끝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따스한 물기운을 받은 붕어의 입질이 힘차기 때문이다. 진달래 개나리가 피어있는 물가, 봄바람에 실려오는 비릿한 물냄새.. 꾼들은 정말 봄바람이 난다. 모내기를 위해 저수지의 물을 빼는 5월 초ㆍ중순까지, 봄낚시가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봄낚시의 묘미는 수초대 공략. 중부권의 일부 저수지가 산란이 끝나 붕어들이 맨바닥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수초 사이는 유효하다.
초봄에는 수초 사이의 구멍으로 채비를 드리우는 수초치기(일명 드롭뽕)가 정답. 붕어의 활동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초 부근에만 채비를 던져도 수초 깊숙이 들어있는 붕어를 밖으로 유인할 수 있다.
수초치기의 기본은 외바늘. 바늘이 두 개 이상이면 물 속을 오가며 수초와 엉켜, 채비를 뜯기거나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이다.
처음에는 두 바늘을 달아 서로 다른 미끼를 끼워보고 유효한 미끼가 판명되면 과감하게 다른 바늘을 자른다.
봄낚시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미끼 선정. 동물성 미끼의 대표격인 지렁이는 이 시기에 대부분 유효하다. 그러나 낚시터에 따라 새우, 떡밥 등이 우세할 때도 있다. 현지 낚시점에서 적당한 미끼를 서너가지 추천받고 반드시 현장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후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새우는 작은 것을 택하고 떡밥은 가능한 묽게 반죽해야 좋다.
이제 부담없이 밤낚시도 시도해 볼 만하다. 밤낚시를 위해서는 가능한 밝을 때 현장에 도착하는 게 좋다.
물 속에 걸림이 없는지, 낚싯대를 휘두르기에 적당한지 주변의 나무 등을 미리 봐 두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낚싯대의 수를 줄이는 것.
부챗살처럼 6~7개의 낚싯대를 펼치는 진법으로는 어둠 속에서 엉킨 줄을 푸느라 밤을 새거나 결국 짜증이 나 낚시를 포기하고 잠을 청하게 된다. 밝을 때 3대 정도를 폈다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입질이 없는 대를 걷는다.
많으면 두 대, 초보들은 조금 서운하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한 대이다. 고수들은 낮에도 한 대만을 고집한다. 미끼를 여러 곳에 떨어뜨리면 오히려 집어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밤낚시 채비는 케미컬라이트를 달고 찌를 맞추는 것이 요즘의 추세. 케미컬라이트의 끝이 수면과 수평이 되는 것이 과거의 찌맞춤이었지만 최근에는 케미컬라이트가 모두 수면 위로 올라오는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유행이다.
여러 실험을 통해 찌올림의 민감성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이러한 경우 낮에도 케미컬라이트를 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채비가 넉넉하다면 주간용과 야간용을 모두 준비하는 것도 요령이다.
5월 말까지 한밤중과 새벽은 여전히 싸늘하다. 낮에는 햇살이 뜨거워 옷을 모두 벗을 정도라도 밤이 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보온력이 좋은 파카 등 옷은 물론 오한이 들 때 몸을 풀 수 있는 음료 등을 꼭 준비한다.
봄 낚시터 3선
■송악지(충남 아산시 송악면 궁평리)
해마다 이맘 때면 만수위에서 월척이 쏟아지는 저수지. 16일 밤에도 현지 꾼이 37.5㎝의 토종 월척을 올린 것을 비롯해 연일 월척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산란이 한창이지만 지렁이보다는 떡밥이 우세한 편. 현지 꾼들은 떡밥에 글루텐을 살짝 섞을 것을 권한다. 밤낚시에 입질이 활발하며 떡붕어 자원도 많아 중층낚시꾼들도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37만 2,000여 평의 V자형 대형저수지로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봄철에는 동화리권과 유곡리권 등 상류에서 입질이 잦다.
인근의 아산온천, 온양온천 등과 연계하면 가족 출조터로도 좋다. 지난해까지 입어료가 5,000원이었으나 올해부터 1만 원씩을 받는다. 관리사무소 (041)543-3933, 아산문화낚시 545-5413
■ 맹동1호지(충북 음성군 맹동면 통동리)
31만 8,000여 평의 대형 계곡형 저수지. 충북 지역에서 물이 깨끗하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씨알은 전차표 만한 '붕애'에서 월척까지 다양한 것이 특징.
맑은 물에서 자란 붕어라서 씨알이 잘더라도 끄는 힘이 좋다. 지난 주말부터 새벽 낚시에서 좋은 조과가 이어지고 있다. 씨알은 4~9치, 가끔 향어도 올라온다.
계곡을 막아 물을 담은 저수지여서 수심이 깊고 바닥에 걸림도 많다. 이미 만들어진 자리에 대를 펴는 것이 좋다.
봄에는 상류의수초 밀생지역에서 대물이 터진다. 지렁이도 듣지만 역시 떡밥이 우세한 편. 문의 음성중원낚시 (043)881-8588
■ 길정지(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길정리)
16만 5,000여 평의 중형급 저수지로 전통적으로 서울 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이번 주부터 붕어의 산란이 시작됐다. 19일 현재 오랜만의 만수위에서 굵은 씨알은 물론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다.
떡밥과 지렁이 모두 반응을 보이나 떡밥과 글루텐을 짝밥으로 쓰면 우세하다는 것이 현지 꾼의 귀띔.
포인트는 제방 상류 좌측권과 중류권이나 요즘은 관리소 좌측 버드나무 수몰된 곳이 인기가 높다. 숙식이 가능하고 야영낚시도 할 수 있어 가족 출조에 적당하다.
주말의 강화행은 교통체증이 가장 큰 문제. 미련이 남더라도 길이 덜 복잡할 때에 서둘러 철수하는 것이 손맛의 기쁨을 잃지 않는 방법이다. 관리사무소 (032)937-3114, 5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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