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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리사채 해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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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리사채 해법 딜레마

입력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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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으로 인한 사금융 폐해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이 달 금융감독원의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단 9일 동안 무려 400건에 달하고 있고 그 가운데는 금리가 연 1400%가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사금융의 폐해에 대해 여론은 법의 심판을 요구하고 있고, 국회는 여야 구별없이 모두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토록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고리사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더욱이 정부내에서도 이에 대한 정책방향을 두고 상당한 견해의 차가 있는 듯하다.

고금리사채 피해에 대한 해법이 외견상 명약관화해 보이나 실제로 쉽지 않은 것은 사금융이 가지는 양면성 때문이다.

사채업은 한편으로는 불법, 탈법적 행위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과 같은 제도 금융권에서 외면하는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기능을 수행한다.

이 같은 양면성은 사금융 폐해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 수립을 매우 어렵게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은 새로운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애당초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자제한법의 부활이 그 좋은 예다.

이자제한법에 처벌조항도 새로 추가한다면 터무니없는 고금리사채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사금융의 속성상 이자상한선을 낮출수록 더욱 지하로 숨어 결과적으로 300만 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만약 반대로 일본과 같이 대금업을 전면 양성화할 때 서민의 고통은 한결 가벼워지겠으나 사채의 전주가 노출되고 자금출처가 문제가 된다.

법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이 문제를 마냥 눈감아줄 수는 없다. 법의 형평성을 강조할수록 양성화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대금업 양성화의 대안으로 등록만 의무화하는 제한적 양성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세금을 내지 않는 영업활동까지 양성화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미등록 사채업자에 대한 제제조치는 사금융의 속성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채시장에 법적 규제를 강화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채찍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사채이자율표시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사채시장 안에 또 다른 사채시장이 생기고, 그 시장에서 사채업자는 새로운 탈법에 따른 위험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사채이용자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또 정부는 연체기준을 하향조정하는 선에서 신용불량자를 구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치는 사채수요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개인신용에 대한 옥석을 가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신용이 우수한 개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신용불량자 여부는 궁극적으로 일선 금융기관이 판단할 사안이며 정부는 이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현 제도 하에서 사금융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은행, 여신 전문기관, 지역금융기관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사채이용자를 상대로 상업적 동기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경우 금융기관이, 예를 들어 연 40%가 넘는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이와 함께 신용정보법 등 해당 법을 강화하여 강압적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고, 신용카드 남발을 막기위한 신용카드회원자격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경수·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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