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0년째인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10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고작 15명밖에 없다. 그만큼 통산 100승 고지는 넘기 힘든 벽이다.그 가운데 한명이 올해 36세 된 한화 한용덕이라는 것은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선동열(146승, 1위)이나 최동원(103승, 13위)처럼 불 같은 강속구가 없는 한용덕은 오직 칼날 같은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로 톱 클래스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59번의 완투에, 완봉승 15번을 따낼 만큼 투구내용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88년 데뷔 후 최초로 중간계투요원으로 떨어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그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 찾아온 건 올 스프링캠프 때 선발 투수요원 부족을 느낀 이광환 신임감독이 선발로 뛸 채비를 하라는 특명을 내리고부터. 한용덕은 신이 났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몸을 만들었고, 투수 판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돌아왔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중간계투보다 등판날짜가 정해진 선발이 편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한용덕은 올 시즌 3번째 등판에서 큰일을 해냈다.
한용덕은 1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전에서 선발등판, 9이닝 동안 33타자를 상대로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1실점(자책), 팀의 5_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구속은 143㎞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현대 타선을 농락했다. 96년 7월 20일 OB전 이후 4년 9개월 만에 거둔 완투승.
시즌 3승째로 다승선두로 뛰쳐나간 것은 물론 통산 105승(100패)째를 거둬 통산승수랭킹 12위에 올랐다. 경기 후 한용덕은 "7회까지 던지려고 작정하고 마운드에 섰다.
다행히 구위도 떨어지지 않아 완투할 수 있었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한화는 9승4패가 돼 이날 잠실에서 두산을 8-4로 꺾은 삼성과 함께 공동선두 자리를 지켰다.
삼성은 잠실구장 7연패 끝. LG는 이틀연속 난타전 끝에 롯데를 10_7로 잡고 코칭스태프 개편 이후 3연승을 달렸다. SK는 광주에서 해태를 6-4로 제압했다.
한편 마르티네스(삼성), 에레라(SK), 심재학(두산)이 나란히 시즌 5호 홈런을 터뜨려 홈런더비 공동선두로 나섰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