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도 일산 홀트복지재단 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 8강전에서 미국연합팀에 분패한 연세휠체어농구단. 선수들 어깨를 두드려주는 감독이 눈에 익다. 알고 보니 80년대 중후반 이충희 박수교선수 등과 함께 현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코트의 여우' 이원우(李原宇ㆍ43) 선수다."지난 3년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뇌종양 치료를 받으면서 연세휠체어농구단을 알게 되었어요. 척수장애자들이 농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이씨는 지난 해 12월23일 뇌종양이 완치됐다는 통고를 받자 마자 연세휠체어농구단의 무보수 감독을 자원했다.
이씨가 처음 뇌종양으로 쓰러진 때는 현대전자 홍보실에 근무하던 95년. 현대를 농구대잔치에서 3차례나 우승으로 이끈 후 화려한 선수생활을 접은 이듬해였다.
무척이나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수술을 받고 회복이 되었다. 병은 그에게 '농구코트만이 내가 살 곳'이라는 생각을 던져주었다. 결국 96년 대전고 코치를 제의받자 주저없이 농구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너무 무리했던지 다시 뇌종양이 악화해 97년 다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프다는 사실보다 다시는 농구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절망스러웠다"는 이씨에게 희망을 보여준 것이 바로 휠체어농구였다. 환자들이 재활치료 삼아 하던 휠체어 농구를 보고 '농구는 가장 건강한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이 한순간에 깨졌다. 이씨는 "나같으면 엄두도 못 낼텐데 척추장애자들이 농구를 즐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치료가 견디기 힘들어질 때마다 경기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앞으로 프로 지도자가 되더라도 휠체어 농구단을 지도하는 자원봉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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