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국 초대 총통이었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사망한 1916년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한 1949년까지 중국은 수많은 군벌들이 명멸해간 현대판 춘추전국시대였다.장쭤린(張作霖)은 비적(匪賊) 출신으로 동북 3성을 지배했고, 오페이푸(吳佩孚)는 북양군 장교 출신으로 중원을 장악했으며, 펑위샹(馮玉祥)은 1924년 베이징을 철권 통치했다. 이들은 30여 년에 걸쳐 끊임없이 파벌을 만들며 대륙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구룡배의 전설'(전2권ㆍ심규호 유소영 옮김)은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기자인 웨난(岳南ㆍ38)이 중국 근대사를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최근 잇달아 번역된 '법문사의 비밀''마왕퇴의 귀부인'으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그는 청 제국의 흥망성쇠에 이은 중국 근대사를 빠른 속도로 그리고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합종연횡을 거듭한 중국 군벌들의 역사를 다루지만, 초반에는 강희제 건륭제 옹정제 등 청 부흥기를 이끈 세 황제들의 능 건설 과정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죽어서도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즉위하자마자 능을 짓는 과정과, 후대 비적 출신의 군인 손전영(孫殿英) 등이 이를 도굴하는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강희제가 가장 소중히 여겼다는 아홉 마리의 용이 새겨진 술잔 구룡배를 비롯해 건륭제의 막야검, 서태후의 야광주 등이 능에 묻히는 장면은 눈으로 보는듯 생생하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갖가지 능의 배치도와 도굴 보고서 등은 '다큐멘터리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손전영이 능을 도굴하면서 무덤의 주인이 생전에 독점했던 영화와 부패를 곁눈질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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