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문제해결과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대북 비료지원 윤곽이 드러났다.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18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비료 20만톤(640억원, 수송비포함)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힘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시비(施肥) 시기인 5월 하순까지 비료지원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매년 비료를 지원 해 온 전례와 당위성을 꼽는다.
올해의 경우에도 유엔개발계획(UNDP)은 북한의 비료 부족량이 35만톤에 이른다고 밝히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1999년 15만5,000톤, 2000년 30만톤 등 예년 지원규모를 감안, 20만톤을 고려 중이다. 물론 지난해처럼 여름에 추가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비료지원은 현재 멈춰선 남북 적십자회담과 이산가족 문제해결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임 장관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냐"는 이 총재의 지적에 대해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단 것이 이산가족 상봉이었다"라고 밝혔다.
비료지원과 이산문제를 '사실상'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비료지원을 전후로 적십자회담을 재개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방문단 및 서신교환, 생사확인 등에 관해 합의를 이루겠다는 게 정부측 구상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지원을 2차 남북정상회담 사전준비 조치의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예정됐던 지난달 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무기연기된 이후 소강상태인 현 남북관계 국면을 타개하고 정상회담 추진 노정에 비료를 뿌리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도적 차원 등에서 비롯된 정부 결정에 수긍하면서도 발표 시기가 좀 이르다고 지적한다. 임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말 "대북 비료지원은 북한의 요청이 온 후 국민정서를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북측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유인하겠다는 정부측의 구상이 성공할지 아직은 의문이다.
현재 정부가 국내 비료공장들이 비료 재고량을 여유 있게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좀더 느긋하게 북한의 움직임을 기다릴 경우 우리측 협상력은 보다 제고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부처간 협의를 거쳐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구체적 지원 방법과 물량을 결정한 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비료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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