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따라 속절 없이 봄날이 간다. 평지의 왕벚나무 꽃이 지고 난 뒤 1주일쯤 후면 산벚나무 종류들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연두와 담록, 또는 담황 계열의 여린 새순으로 덮인 산록에 수 놓듯 피는 산벚나무 꽃들은 야생성(野生性)으로 해서 인공이 가해진 평지의 벚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지난 겨울의 추위가 혹독했던 탓인지 올해 벚꽃은 유난히 화사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올 봄 벚꽃을 감상하면서 찜찜한 기분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벚꽃의 북상이 시작될 즈음 일본의 왜곡 역사교과서 검증파동이 현해탄을 건너 온 탓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벚꽃은 한라산 등지에 자생하는 왕벚나무가 원종이다. 일본 산야에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없다.
벚꽃은 '우리 꽃'인 것이다. 최근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왕벚나무 DNA분석으로 이를 거듭 확인했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고 하는데, 엄연한 생물학교과서 왜곡이다.
요기(妖氣)마저 느껴지는 벚꽃의 아름다움은 수 많은 꽃송이가 한 순간에 피는 폭발적 개화에 기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벚나무와 사촌지간인 살구나 매화는 꽃눈 하나에서 한 개의 꽃이 핀다. 그러나 벚나무는 꽃눈이 봉긋하게 자라 이제 피려나 보다 하면 웬걸, 그 봉오리가 2~5개의 꽃자루로 갈라진다.
이것들이 폭발하듯 한꺼번에 피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다탄두(MRV) 미사일을 연상시킨다.
발사된 물체가 목표지점에 접근하면서 5개 이상의 탄두로 갈라져 상대방의 요격체제를 교란하고 명중도를 높이는 다탄두 미사일의 아이디어는 벚꽃에서 착안되지 않았을까.
벚꽃이 피는 과정을 초 저속 촬영해 재생하면 영락 없이 다탄두 미사일 모양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다탄두 중에 가짜 탄두(dummy)를 끼워넣는 기술까지 개발돼 탄도탄요격미사일(ABM)체제가 사실상 쓸모 없게 됐다.
미국이 추진 중인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는 다탄두 미사일을 막는 새로운 요격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올 봄 벚꽃 아래서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렸다.
한반도가 통일과 함께 동북아의 강국으로 부상할 것을 우려한 일본 군부는 독도를 점령한 데 이어 전폭기를 동원해 포항제철소 등 우리의 기간 산업지대를 초토화 시키려 한다.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도저히 일본의 첨단 무기들을 당하지 못한다. 마침내 남쪽의 대통령과 북쪽의 주석이 극비 회동, 악수를 나눈 뒤 몇 분 후 태백산맥의 한 지하동굴이 입을 쩍 벌리고 검은 물체가 힘차게 동해를 향해 날아간다. 남북이 비밀리에 공동개발한 핵미사일이다.
일본은 첨단 요격 시스템을 가동하지만 미사일의 탄두가 동해 상공에서 5개로, 이어 50개로 갈라지자 일본 열도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50개의 탄두 중 진짜 핵탄두가 도쿄 남방 150㎞ 해상의 무인도에 작열한다.
일본이 침략을 중단하지 않으면 5대 도시에 핵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경고였다. 일본은 다급하게 물러선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왜곡에 대한 해법이 미사일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우리사회의 극단론자들은 무턱대고 대일 강경론을 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일본 극우세력의 그림자를 본다.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퍼뜨리는 벚나무는 지혜롭다. 꽃 개체수가 많아 쉽게 수분을 끝내는 벚꽃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오래 피어있을 이유가 없다.
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은 우리에게 일본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지혜롭게 풀라고 말하는 것 같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