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도 기다릴 겁니다." 꼬박 1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난해 4월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롯데전중 그라운드에 쓰러진 임수혁(32)은 깨어날줄 모른다.올해 초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 일반병동으로 옮긴 임수혁은 의식만 되찾지 못했을 뿐 몸상태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물리치료와 기치료를 하루 1시간씩 받고 있다. 부인 김영주씨(32)는 "가끔 귀에 대고 얘기하면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의사 선생님은 무조건적 반응이라고 하지만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씨가 주말마다 교회를 찾아 "꼭 일어나 달라"고 기도한지 1년째다.
집에만 들어오면 가족들을 곧잘 웃겼고 아들 세현군(8ㆍ경기 용인시 수지읍 마북초1), 딸 여진양(6)을 그렇게 사랑했던 남편의 빈자리는 너무나 커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어린 여진이가 "아빠한테 처음 이거 타는 법을 배웠어"라고 말할 땐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한다. 웃음이 사라진 집안. 그러나 임수혁의 아버지 임윤빈씨(64)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뿐만이 아니다.
한 달에 300여만원 드는 치료비는 구단에서 보태주지만 지난해 받았던 연봉 5,000여만원은 올해부터 끊겼다.
임윤빈씨는 "불안하다.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손을 벌릴 수도 없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롯데구단이 18일을 '임수혁데이'로 정하고, 입장수입 전액을 가족에게 전달한 것도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날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한 세현군도 아빠한테 배운 야구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부산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배명고에 들러 시구과외를 따로 받았다.
아버지가 활약하던 모습을 비디오로 보다가 "아빠가 불쌍하다"고 울먹이던 철부지 세현군도 새로 각오를 다졌다. 아버지의 등번호 '20번'을 대신 달고 마운드에 선 세현군은 이날 희망을 뿌렸다. 병상에 누워 있는 임수혁이 그 메시지에 화답할 날은 언제일까.
"아빠가 내 모습을 TV로나마 지켜볼 수 있다면.." 아마 팬들도, 동료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