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30)은 바쁘다. 드라마와 영화, CF를 정신없이 오간다. 5월 5일이면 그의 영화 '인디안 썸머' 가 개봉하고, 9일부터는 KBS 100부작 대하사극 '명성황후' 타이틀 롤을 맡는다. 그 열정이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것이어서 더욱 아름답다.지난해 이미연의 이혼소식이 알려진 후 가장 긴장했던 이는 광고주였다. 이미지 손상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여성 연예인에게 이혼이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연은 그런 '편견'에 한 방을 날렸다. 아무 수식어도 달지 않고 그가 표지 모델로 나온 편집 음반 '연가' 가 크게 히트했고, 방송중이거나 예정인 CF가 6개나 된다.
사형수와 변호사의 사랑을 그린 영화 '인디안 썸머' 의 개봉이 코 앞이고,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 촬영도 들어갔다.
이미연의 인기는 몇년전 '미시족'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결혼한 커리어 우먼을 과대포장하던 사회는 이제 이혼한 젊은 여성, 그러면서도 당당한 '신세대 이혼녀'를 거의 맹목적으로 '뜨게' 만들고 있다. 이혼에 대해 거리낌 없는, 전남편과도 잘 지낸다는 이 배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그러나 이미연은 속상할 때가 많다. "사실 저도 여자인데 왜 가슴이 아프지 않겠어요. 이혼과 관련된 대답을 한다고 자꾸 전남편에 대해, 이혼에 대해 얘기하는 것.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이미연에게 '인디안 썸머' 와 '흑수선'은 3기쯤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로 데뷔한 그는 '예쁘고 어린' 배우였고, 결혼한 후에는 '내 마음의 풍금' '주노명 베이커리' 에 나왔다.
시골학교 선생님이나 과격한 아내 역할. 가만히 따져보면 '멜로' 는 해본 적이 없다. "너무 일찍 결혼을 하고 보니 배역이 다 그렇더라구요."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되기는 하지만 한번도 허투루 연기를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인물 속으로 푹 잠수한다. '인디안 썸머' 에서의 사형수로 사랑을 찾은 '행복하고도 불행한 여자' 이신영를 이해하기 위해 촬영 내내 이신영으로 살았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물고기자리' 에서 보인 연기력과 폭 넓은 인기로 '충무로 캐스팅 1호'로 선택받고 있는 이미연. 새로운 배우 인생의 출발선상에 서 있는 셈이다. 두 팔을 걷고.
▲'명성황후' 첫 사극도전▲
'명성황후' (정하연 극본, 윤용훈 연출)가 첫 사극이고, 브라운관으로의 본격 복귀가 8년만인데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배우는 항상 연기할 준비를 하고 있고 방송복귀가 아니라 '명성황후'의 역할을 맡은 것이며, 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아버지인 흥선 대원군의 주변부 인물로 투기와 변덕, 야욕의 상징인 명성황후가 아니다.
"역사 격변기에 정치적인 감각과 외교적 능력이 뛰어난 정치가이자 백성을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는 국모" 라고 밝힌 KBS 윤흥식 국장의 말처럼 정치가로서 다면적 명성황후를 그는 해내야 한다.
"2년전쯤 영화 '명성황후'가 기획됐을 때 캐스팅 제의를 받고 한동안 뮤지컬을 관람하고 자료를 읽었다. 그래서인지 낯설지 않은 인물이 됐다."
명성황후를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감독들이 나에게 무서운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혼을 말할 때 금세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이 힘들어 하는 분위기와 달리 연기에 이야기가 나오자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돌변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연기자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드라마 연기, 일반 드라마와 사극 연기는 장르적 속성과 카메라를 비롯한 제작환경이 달라 전혀 다른 빛깔의 연기를 해야 한다.
이미연은 "사극은 대사 톤이 높고 액션이 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조만간 익숙해질 것이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전 남편 김승우가 출연한 MBC '호텔리어' 와 '명성황후'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에 대해 "내 자신의 연기에만 신경 쓸 것이다.
물론 승우씨도 그럴 것이다" 고 자른다. 장미희 전인화 이미숙 등 기라성 같은 여배우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장희빈을 연기해 시청자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듯, '명성황후'에서 그가 '이미연표 명성황후' 를 떠올리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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