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에 근무하는 30대 회사원이 200억원이 넘는 재단 기금을 빼돌려 고급 주택과 승용차, 해외 명품 구입 등 호화사치 생활에 탕진한 사실이 검찰조사로 드러났다.서울지검 형사6부(최진안ㆍ崔珍安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혐의로 구속된 삼성언론재단 기금담당 과장 정모(36)씨가 98년 11월~지난해 8월 40여차례에 걸쳐 재단 기금 214억원 중 208억여원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18일 정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정씨의 기금 사용처는 크게 호화 사치품 구입과 주식투자에 집중됐다.
정씨는 7억원대의 아파트 3채와 서울 성북동 소재 10억원대 빌라를 구입하는 한편, 벤츠ㆍBMW 승용차 5대와 1,000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제 시계 8개 및 외제 오디오, 유명 화가의 그림 등을 마구잡이로 사모았다. 정씨는 구입한 물건들을 부모와 동생 등 친척과 내연의 여인에게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초호화판 생활을 유지하는 한편 주식투자에도 열을 올려 109억여원을 코스닥 및 장외주식에 투자했으나 최근 주가 폭락으로 현재 잔액은 3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외교안보수석의 조카로 미국 모 주립대를 졸업하고 MBA과정까지 마친 정씨는 90년 초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주로 자금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98년 10월 언론재단으로 옮긴 다음달부터 횡령 행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결산보고서를 위조했으며 재단측은 감사시 서류점검에만 치중해 정씨의 비리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단측은 "이번 사건은 성격상 정씨 개인의 횡령사건이며 현재 피해액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