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만세!"1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등학교(교장 문용호ㆍ文勇浩) 교정은 학생들이 외치는 만세 소리로 가득찼다.
소풍 대신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항일 운동 발자취 밟기 테마학습을 다녀온 1학년 학생들이 교내 3ㆍ1운동 책원탑(策源塔) 앞에서 만세 시위를 재현했기 때문이다.
4개 반 200여명의 학생들은 이날 오전9시부터 독립운동가들이 투옥ㆍ고문ㆍ처형당했던 옛 서대문형무소(현 서대문독립공원)를 견학하고, 일본군 군대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동참했다. 고개조차 돌릴 수 없는 독방에 들어가 보고, 각자 써 온 항의 편지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한 학생들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진지했다.
"다른 학교는 서울랜드처럼 재미있는 곳으로 소풍가는데 우리는 이게 뭐야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화가 났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들의 절규를 접하니 화냈던게 너무 부끄러워요"(강 웅ㆍ姜 雄)
"할머니들의 피맺힌 사연을 들으면서 왜 역사 왜곡이 잘못된 것인지를 깨달았어요. 하지만 일본 사람 전체에 대한 반감을 가져서는 안돼요." (최인호ㆍ崔仁虎)
"우리 조상이 존경스럽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과연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백장호ㆍ白丈昊)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특별수업에 이어 이날 답사를 이끈 최현삼(崔鉉三ㆍ38) 교사는 "우리 민족의 수난과 한이 서려있는 장소를 직접 둘러보면서 스스로가 느껴볼 기회를 주기 위해 소풍을 취소하고 답사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 땅 이 조국에서 태어나 한 평생을 조국을 위해 살았어라, 나라를 위해 살고 나라를 위해 죽으리라 님들은 그날까지 다짐했으리." 한 학생이 옛 서대문형무소에서 일본대사관까지 1시간을 걸어가며 쓴 시의 구절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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