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연극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한다. 리투아니아 양대 극단의 하나인 빌니우스 극단의 대표작 '가면 무도회'가 온다. 흰 눈, 파란 불꽃, 왈츠의 선율이 어우러진 생소한 무대가 국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가면 무도회 날, 팔찌를 잃어버린 아름다운 부인 니나는 남편으로부터 지독한 의심을 산다.
다른 남자에게 선물로 주지 않았느냐는 것. 남편은 질투에 눈이 멀고, 결국 이들 부부의 금슬을 시기하던 자들의 부추김으로 니나를 독살한다.
비극의 무대, 광대 등 해학 넘치는 등장인물, 무대 기술, 음악 등은 우리 시대 연극적인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공연 내내 무대 천정에서 떨어지는 눈은 점점 쌓여가고, 뿌려지는 눈을 배경으로 30개의 가스 불꽃이 객석을 향해 분사된다.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왈츠 음악이 무도회 분위기를 살려낸다.
지난해 서울국제연극제에 초청돼, 파격의 '햄릿'으로 큰 반향을 던졌던 메노포르타스 극단과 쌍벽을 이루는 극단이다.
'햄릿'이 격렬한 몸짓과 난사되는 물보라로 충격을 던졌다면, 이번 '가면 무도회'는 어릿광대짓으로 사랑의 비극성을 보여 준다.
죄없는 아내에 대한 의심, 짓밟힌 믿음, 질투 등의 주제로 셰익스피어의 '오델로'와 비견되는 작품이다.
특히 하얗게 눈 쌓인 무대를 스케이트를 타며 벌이는 눈싸움과 병치되는 살인 장면은 비극적 아이러니의 절정을 이룬다.
푸쉬킨과 함께 러시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미하일 레르몬토프 작이다. 리미스 투미나스 연출. 17명의 배우가 2시간 동안 열연한다.
26~28일 LG아트센터. 목ㆍ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30분 7시30분. 2005-0114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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