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가 '덤핑' 에 가까운 편집음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연의 '연가'(음반 4장, 68곡)가 130만 세트 판매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면서, 김석훈- 장진영의 '러브'(음반 5장, 75곡), 이영애의 '애수'(음반 6장, 102곡) 등 비슷한 개념의 '편집 음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연가'의 성공은 가요 편집앨범 시장을 양적으로 팽창시켰다. '애수' 역시 발매된 지 일주일도 안돼 20만 세트가 팔리며 만만찮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자극받아 6장짜리 댄스곡 편집음반까지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아이비 메가 믹스' 등 기존의 중소 컴필레이션 제작자들은 매우 초조하다.
편집음반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은 조성모의 '투 헤븐' '후회' , 김범수의 '약속', 임재범ㆍ박정현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 ,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김현철 '춘천가는 기차' 등이다. 여기에 인기있는 배우의 이미지를 살려 마케팅한다.
음반 가격은 1만8,000~2만5,000원. 가요나 팝 신보의 가격이 1만~1만5,000원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언뜻 보기에 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소비자는 오히려 '어부지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물량= 만족도'라는 공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일단 음반마다 중복되는 곡이 많은데다 인기곡은 '라이브 버전'이나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돼 있는 경우가 많다.
편집음반이 우후죽순으로 많아지는 것은 일단 로열티가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염가'에 저작권을 넘긴 제작자가 상대방 제작자에게 또 곡을 요구해 편집앨범을 제작하거나, 몇몇 제작자가 모여 음반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발표 1년 미만의 곡은 편집앨범으로 제작하지 않는다" 는 결의를 냈으나, 지키는 제작자는 별로 없다.
편집앨범이 신규 앨범 수요를 깎아 먹는다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정설. 이미 편집음반으로 "정규 앨범을 사면 손해" 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 팝계처럼 가요계 역시 '자승자박'의 사슬에 걸려 들었다.
결국 '제 살 깎아먹기'인 셈인데, 가요계가 알고도 '단기 수익'에 빠져 이런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