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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도쿄공연 / 한국 오페라 일본진출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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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도쿄공연 / 한국 오페라 일본진출 '물꼬'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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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일 도쿄(東京) 하쓰다이(初台)의 신국립극장 오페라당 무대에 올랐던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ㆍ朴基賢)의 창작오페라 '황진이'는 일본이 자랑하는 오페라당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오페라였다.더욱이 아키히토(明仁)ㆍ미치코(美智子) 천황 부처가 공연을 관람, 일본 오페라팬의 관심을 끌기에 족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무성장관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문부과학성장관 등 정ㆍ관계, 부부작가인 미우라 쇼몬(三浦朱門)ㆍ소노 아야코(曾野綾子)씨 부부를 비롯한 많은 문화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공동 주최자로 무대장치와 도구에서 입장권 판매까지를 맡았던 일본오페라진흥회의 이토 미치히코(伊藤道彦) 사무국장은 사전 설명회에서 "내용도 좋고 특히 음악이 서양 오페라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며 "일본에도 예기(藝妓)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청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예측대로 이틀간 거의 빈 자리가 없었다. 황진이가 승려들의 합창 속에 하늘로 통하는 계단을 오르며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막이 내리는 순간 터져 나온 청중들의 박수는 출연진과 관계자들의 무대 인사가 끝날 때까지 잦아들지 않았다. 소노 아야코씨는 "정말 멋지고 어쩐지 황진이를 이해한 듯한 기분이 든다"며 "무대장치로 자연에 대한 사랑을 보여 준 것은 요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단 '황진이'가 양국의 오페라 교류, 특히 시장의 협소성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 오페라계의 일본 진출에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우선은 칭찬해 놓고 두고두고 조심스럽게 문제점을 따지는 일본 문화계의 행동 양식으로 보아 이런 환호와 호평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기는 어렵다.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에서 이번처럼 넓은 마당이 펼쳐진 적이 없었다. 월드컵대회 공동개최를 앞둔 양국 정부와 정계 실력자들의 적극적 지원아래 관람객들도 열광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다. 그런데도 막간과 막후의 형식적인 박수는 무성했지만 아리아가 끝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치는 '금지된 박수'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다소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는 하지만 어차피 월드컵대회까지는 이런 마당은 잇따라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장이 끝나고 행사치레 손님들이 떠난 후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속을 채우는 일이 시급함을 새삼 깨닫게 한 공연이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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