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는 사람이 저녁을 먹자며 일식 집으로 안내를 했다. 생선회와 소주를 시킨 그는 "요즘 금가루가 유행"이라면서 짐짓 "금은?"이라고 물었다. 그런데 종업원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데요, 지금 떨어졌습니다. 다음에는 꼭 준비하겠습니다." 종로의 골목에 있는 그저 그런 일식집이었다. 이만한 집에서 금가루를 서비스한다면 금가루 술이 많이 보급됐겠구나 하고 생각했다.■어제 아침 방송을 보고 아닌 게 아니라 금가루 먹기가 단순한 호기심차원을 벗어나 우리 사회 일부계층에 유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주에 금가루를 타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금가루를 탄 주류가 상품으로 나와 매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가루는 술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 케이크 식초에 금가루를 뿌려 팔고 있는 것을 종업원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강남의 일식집에서는 금가루 정식이 메뉴에 올라와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입이 벌어진다.
■금을 몸에 지니기 좋아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이 없다. 그러나 건강에 좋다며 먹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든가, 정력 강장제가 아니고서야 금을 그렇게 쉽게 먹을 수가 있을까. 과문(寡聞)한 탓인지 모르지만 금의 의학적 치료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의 의료계, 특히 한의학계가 금 복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진다.
■일식집에서 유행하는 것으로 보아 금 먹는 풍조는 일본에서 들어오지 않았나 보여진다. 80년대 일본에서는 금가루를 탄 술이 만연했었고 지금도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 유행이 일본에서 왔다고 해도 금을 먹는 한국인의 인상은 퇴영적이다. 더구나 나라전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한 상황에서 금술타령은 자칫 사회를 이완시킬 우려가 있다.
사치와 해괴한 소비문화가 결국 이 사회를 망치지나 않을지 두렵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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