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을 둘러싸고 비디오테이프까지 동원한 경찰과 민주노총의 논쟁에다, 여야 정치권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사태의 정확한 진상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폭력진압 책임
경찰은 이번 사태를 "시위대에 끌려간 진압부대원을 구출하기 위해 강제해산 작전에 들어갔는데 흥분한 일부 부대원들이 진압과정에서 돌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폭력진압 지시내용이 전혀 없는 당시 무선교신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밀어내라'는 지휘부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뒤편에 있던 고참 부대원들이 폭력진압을 주도했다"며 일선 부대지휘자와의 사전 교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감찰조사에서 아직 폭력진압 지시ㆍ선동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 지휘부가 폭력진압을 제지하지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폭력사태가 순식간에 발생한데다, 지휘본부에서는 현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무선교신 내용에는 지휘본부가 상황을 살펴보며 작전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 진압부대원 폭행 여부
경찰은 "진압작전 20여분전 진압부대원 12명이 시위대에 끌려가 장비를 빼앗기고 감금ㆍ폭언ㆍ폭행을 당했다"며 '노조의 원인제공'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진압부대원을 무장해제시킨 것은 사실이나 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억류된 전경들이 한 곳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물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추가 공개했다.
주민 진술이나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억류 및 무장해제 과정에서 가벼운 폭력행위는 있었지만 부상을 입을 정도의 심각한 폭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경찰의 원천봉쇄 조치와 불법시위 논란
경찰은 "노조원 450여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며 집단행진하는 행위에 대해 현장 지휘관이 미신고 불법시위로 판단, 봉쇄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측은 "법원 결정을 무시한 채 원천봉쇄 조치를 한 경찰의 행위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맞받았다.
인천경찰청은 9일 집단출근행위에 대한 원천봉쇄 결정을 내린 뒤 본청에까지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 폭력선동 발언 논란
경찰은 "민주노총 박 훈 변호사가 현장에서 핸드마이크를 통해 '경찰을 두들겨 패라. 비키지 않는 전경은 패도 죄가 되지 않는다'면서 폭력시위를 선동하고 전경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항하는 것은 정당방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 일 뿐 인데도 경찰이 이 부분만 꼬집어 쟁점화하고 있다"며 "박변호사가 '대열에서 떨어져 나온 전경은 절대 때리지 말라'며 폭력을 자제시켰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 발언과는 달리 현장에서 노조원의 과잉 폭력행위가 실제로 없었고 오히려 발언직후 경찰의 폭력진압이 시작된 점, 또 몸이 부딪치는 시위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박 변호사의 발언은 법적으로 문제삼을 만한 심각한 공권력 침해행위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비디오 공방
경찰은 15일 저녁 20여분 분량의 '부평 대우차 관련 상황'이라는 비디오테이프를 언론사와 국회, 관련 정부부처, 일선 경찰서 등에 배포했다. 경찰은 "박 변호사가 폭력시위를 선동하고 노조가 경찰폭행 등 원인제공행위를 했는데도 민노총 비디오에는 유리한 장면만 편집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비디오테이프에도 경찰의 폭력시위 장면은 모두 삭제돼 있다. 민주노총 측은 "경찰이 민노총 비디오를 교묘하게 편집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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