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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국립국악원 '왕조의 꿈, 태평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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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국립국악원 '왕조의 꿈, 태평서곡'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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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기 아깝고, 한 번 보기 아쉽다. 국립국악원이 마련한 궁중연례악 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11~1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은 참으로 귀하고 볼 만한 구경이었다.조선 후기 문예부흥을 이룬 정조대왕이 1795년 윤 2월 13일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위해 화성(지금의 수원) 봉수당에서 열었던 회갑잔치를 무대에 올린 이 공연은 그동안 따로 떼어 공연하던 춤과 음악을 그것이 쓰였던 잔치의 의례와 더불어 보여줌으로써, 궁중연례악을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선보였다. 의례는 춤과 음악의 쓰임새와 아름다움을 더욱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장치가 됐다.

206년의 세월을 지나 재연된 이 궁중잔치는, 음악과 춤의 고상한 멋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공경하고 삼가는 자세로 정성을 다하고 예를 갖춰 잔치를 치렀던 옛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져 감동적이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을 겪은 정조가 그것이 평생 한이 됐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로했던 극진한 효성이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화평정대한 음악, 화려하고 우아한 춤이 엄정한 의례와 어우러지니 잔치의 즐거움과 흐트러짐 없는 위엄이 나란히 드러났다. 공연시간 1시간 30분이 꿈같이 흘러갔다.

막이 오르자 악사들의 붉은 옷, 춤추는 여령들의 노란 쾌자와 붉은 치마, 색동 한삼 등 아름답고 선명한 색감이 일단 눈을 사로잡았다. 임금의 입장에 맞춰 수제천이 연주되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음악의 유려하고 장중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씻어주었다. 정조가 어머니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술잔을 올리고, 이어 내외명부와 종친, 신하들이 차례로 잔 올리기를 일곱 차례, 그 때마다 서로 다른 춤과 음악이 베풀어졌다. 씩씩하고 당당한 처용무로 여흥을 접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예법을 따랐다.

이번 공연은 궁중음악과 춤을 전승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국립국악원만 할 수 있는 기획이자, 국립국악원 개원 50주년을 축하하는 올해의 여러 행사 중 백미라 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 연주단과 무용단, 잔치의 주인공인 혜경궁 홍씨를 비롯한 잔치 참여자 등 무대 등장인원만도 150여 명에 이르는 대형공연이었다. 관객도 많아서, 주말에는 객석 통로까지 꽉 찼다. 다만 무대가 다소 비좁게 느껴졌고, 자막 설명이 좀 더 쉽고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좀더 다듬어 무대양식으로 정립한다면, 정기적인 상설공연으로 올려도 손색이 없겠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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