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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과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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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과 도쿄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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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고, 대화고 다 필요없다. 고건(高建) 시장 없는 공청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16일 오후3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 화장장과 납골시설이 들어설 서울시의 추모공원 건립 후보지 13곳의 지역 주민은 공청회가 시작되자마자 고함을 질러댔다. 곳곳에서 "옳소"하는 맞장구와 박수가 쏟아졌고 서로 마이크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공청회는 주민의 퇴장으로 40여분만에 무산됐고 대화도 실종됐다.

공청회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주 기자가 둘러본 일본의 화장장과 납골시설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는 추모공원 하나 짓는데도 이처럼 아우성을 치는데 비해 도쿄(東京)도에는 화장장이 무려 10곳이나 된다. 이들 화장장은 하나같이 고급호텔에 온 것 같은 아늑함을 준다. 납골시설도 공원처럼 꾸며져 피크닉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도쿄도에서 가장 큰 납골시설인 다마(多磨) 영원(靈園)에는 해마다 이맘때면 벚꽃놀이를 즐기려는 시민이 하루 10만명씩 몰려들 정도다.

물론 일본도 과거 화장장을 짓는 과정에서 주민이 반발, 홍역을 치렀다. 문을 열기까지 20년이나 걸린 화장장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냈다. 주민은 자치회를 구성, 조목조목 요구사항을 주장했고 자치단체는 인내심을 갖고 주민을 설득했다. 이 같은 대화와 설득을 반복, 우리 동네에 들어서더라도 '혐오시설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주민은 물론이고 지자제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구청까지 합세, '관제데모'까지 벌이고 있는 형편이니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졌다는 느낌이다.

역사교과서의 왜곡을 일삼는 일본인이지만 그들로부터도 분명 배울 점은 있다.

박일근 사회부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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