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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안은미의 '은하철도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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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안은미의 '은하철도 000'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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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에서 '우리춤 세계화 프로젝트'로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한 무용단들을 초청하고 있다. 찬사를 받아야겠지만 이번 안은미 공연(12~15일)의 경우는 예정된 스타 제조가 무용계에 미칠 파장과 손실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작품명은 '은하철도 000'이었다. 안은미는 '은하철도 빵빵빵'으로 읽었다. 사랑을 고백할 때도 "완전히 돌아버리겠소, 낭자"라는 대사를 사용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나체는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몇몇 여자 단원들도 가슴을 드러냈다.

남자들은 신축성이 탁월한 호스를 배꼽에 대고 객석의 웃음소리를 즐겼다. 남자건 여자건 드레스를 걷어올리면 맨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매 순간에 즉흥적으로 찾아내는 유머나 번뜩이는 재치는 분명한 장기였다. 괴상한 분

장도 관객의 혼을 뺏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무용가는 깜짝쇼가 아닌 춤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상식이다. 무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복잡하다. 모든 움직임이 무용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움직임이 독창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은하철도 000'에서 쓰인 동작들을 보자. 붉은 드레스의 군무가 통통 뛰면서 객석 통로로 입장해서 무대로 올라가 손을 흔들며 행진했다. 꾕과리 장단에 캉캉춤을 췄고 민망한 모양새를 강조한 여자 군무의 뒹굴기처럼 몸을 흔드는 것이 전부였다. 간혹 보이는 춤적인 동작들은 구시대의 것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각된 음악가들은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가 한자리에 모인 스펙터클이었다. 마치 이 무대가 이런 스펙터클을 가볍게 즐기는 자리였던 것처럼 몰고간 피날레에서 관객들은 박수치며 가세했다. 흰색 비키니 요리복을 입고 프라이팬을 흔드는 군무진이 막춤을 추는 인사 장면이었다. 펭귄떼의 뒤뚱거림, 훌라후프 묘기, 원반 던지기 같은 여흥물에 대한 환호였을지, 육체로 장난친 것에 대한 대가였는지, 연출된 박수에 마지못해 동조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즐거웠는지 모르지만 명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옷을 벗고 춤추는 직업무용수나 외설적인 쇼로 전락한 로마의 무언극은 중세 때 무용이 금지된 원인이 되었다. 동서고금의 무용가들은 그것을 좀 우아하게 치장해 보려고 수백년간을 고민해왔다. 안은미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무용은 또다시 '몸파는 여흥'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었다.

/문애령ㆍ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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