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대우자동차 노조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며 경찰은 반성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감을 표명한 것은 경찰의 폭력 진압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조기에 매듭되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가 '경찰만의 잘못'이 아니고 노조의 '과(過)한 행동'으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적당히 대처할 경우 민심이반과 정쟁을 초래하고 춘투의 과격화에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김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나오기까지 정부 내에서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경찰의 폭력 진압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지만, 그 전에 노조원들이 전경들을 끌고 가 옷을 벗기고 "죽지 않을 정도로 패라"는 폭언을 하는 등 경찰을 자극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경찰 수뇌부 사이에서는 "과잉 진압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민노총 간부가 전경들의 머리를 툭툭 치며 욕설을 퍼붓는 등 공권력 붕괴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식으로 노조의 강성 행위가 용인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외국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대외신인도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경찰의 머리를 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면 그 곳 경찰은 총기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면서 "차제에 과격 분규와 전선(前線)을 형성, 민주주의라는 명분 뒤에 숨은 공권력 실추와 무정부적 분위기를 일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강경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찰의 잘못만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 김 대통령은 '여러 사정이 있었다'는 표현을 쓰며 "노조도 평화적, 합법적 시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중은 있지만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권력 무력화 조짐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하지만 대우자동차 사태는 과잉 진압이기 때문에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노동자에 대해 온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김 대통령 밑에서 힘있는 공권력의 수립은 어려운 문제이자 딜레마"라며 "정부 내에 점점 강성 의견이 많아지고 있음을 노조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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