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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시간 / 언더그룹 합동공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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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시간 / 언더그룹 합동공연 연습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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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풀밭에서 대마초 피우는 것 같은 거라고 하면 될까요. 이런 말 해도 되나요?" '사이키델릭 포크'를 기치로 내건 언더그라운드 밴드 '위치윌'은 이렇게 자신의 음악을 표현한다. 발랄하다.언더그라운드에 주목 해야 할 이유는 끊임없는 상상력과 실험 때문인 지도 모른다.

고만고만한 댄스 음악, 테크노 사운드 몇 소절을 샘플링 해 '테크노'라고 우기는 우리 음악 풍조에서 '언더'는 어쩌면 유일한 새 음악의 발전소이다.

2, 3년 전만해도 우리 음악의 탈출구로 각광 받던 언더그라운드 음악계가 요즘 전에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TV에 나오지 않아도 "실력 있다"고 평가 받는 언더그라운드의 스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기획ㆍ제작사마저도 경제난으로 속속 폐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언더 음반은 2,000~3,000장만 팔리면 다음 음반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상업적 편집음반은 100만 세트가 넘게 팔려도, 언더그라운드에게 이 3,000장의 한계는 너무나 넘기 힘들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언더의 정신인 지도 모른다. 15일 첫 공연을 가졌고, 22일 29일 홍익대 근처 쌈지스페이스 바람(02-325_5211)에서 두 번의 공연을 남겨 두고 있는 성기완, 레이디 피시(원정희), 위치윌(박상준 이제희).

이들은 '언더'의 위축 때문에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솔로 음반 '나무가 되는 법' 을 낸 적이 있는 성기완, 여성 원맨 밴드로 팝 포에트리(Pop Poetry)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레이디 피시, 그리고 사이키델릭 포크를 개척하고 있는 위치윌. 합동공연을 갖는 세 그룹이 연습을 하고 있는 '캬바레 사운드' 연습실은 개인기를 연마하는 '오버 가수'의 기획사와는 퍽 다른 느낌이다.

"노래는 전부 8마디 한 다음 시작하면 어때" "4마디면 충분하지 않아" 세 팀이 모여 아예 편곡부터 다시 한다. 이런 저런 토론을 거쳐 곡의 분위기를 맞추어 간다. 드럼과 기타, 콘트라베이스 활로 켜는 기타, 만돌린 등 독특한 악기로 만드는 소리는 가수가 "소리와 노래를 실연하는 사람들"이라는 명제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다 들 잘하는 이들이라 잼 형식의 공연이 즐겁기만 하다"는 설명이 그럴듯하다.

이들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편안하면서도 몽환적이다. 콘트라베이스 활로 기타를 켜면 전자 바이올린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 "그냥 해보니까 소리가 괜찮더라구요" 음악이나 차림새 모두 '집시' 같은 느낌을 주는 원정희씨가 설명한다. 그러자 '위치윌'의 이제희가 거든다. "돈 없어서 그런 거잖아"

1시간 30분 공연에 21곡이나 노래를 준비한 이들은 '개인기' 보다는 음악 자체에 더 신경을 쓴다. 이렇게 화음을 맞추며 새로운 형식의 노래에 대한 영감이 생긴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분명 그들은 뮤지션이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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