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노조의 과잉진압 사태를 놓고 여야가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격돌했다. 여야 모두 경찰의 폭력 행사가 과잉진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은 판이했다.야당측은 정권의 도덕성과 연계시키며 이날 현황보고를 위해 참석한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이무영 경찰청장은 물론, 이한동 총리의 즉각 사퇴, 대통령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진상규명 조차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야당의 공격을 일축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용삼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유감스러운 사태지만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지 정치쟁점으로 비화시켜선 안 된다"고 차단막을 쳤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5ㆍ18의 끔찍하고 섬뜩한 장면이 스쳐갔다"는 등 자극적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태원인 공방
야당 의원들은 "정책실패로 이미 예고된 사건"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유성근 의원은 "현정권이 부르짖는 '강한 정부론'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이원창 의원은 "대우차 해외매각을 앞두고 강성노조가 매각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부가 강경진압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태망 의원은 "경찰은 진압 목적이 억류당한 의경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라고 하나 무전내용 등을 참고하면 진압개시 후 1분도 되지않아 억류의경을 구출했다"며 경찰지휘부의 폭력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여당은 '우발적 상황'을 강조하면서 '과잉진압 촉발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유재규 의원은 강경 진압에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당시 정황이 계획적 강경 진압인지, 동료 경관의 감금에 자극받은 혈기왕성한 경찰들의 우발적 충동에 따른 것인지를 밝힌 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유철 의원은 "박훈 변호사가 '전경들을 죽지않을 만큼 두드려 패라'는 등 과격한 언사를 사용하며 시위를 주도했는데 이것이 과잉 진압에 미친 영향은 없느냐"고 물었고, 자민련 송석찬 의원은 "박 훈 변호사의 발언은 비인간적이며 충격적"이라며 가세했다.
■배후 책임론 공방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평 경찰서장의 "정권은 법에 우선한다"는 발언을 예로 들며 배후책임 소재를 따졌다.
하순봉 의원은 "폭력진압은 청와대의 직접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이병석 의원은 "1979년 YH, 1980년 풍산금속 노조진압과 궤를 같이하는 사건"이라며 총리 사퇴와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사측의 조업 방해 금지 가처분소송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노조의 불법시위를 막을 권리가 있었다"면서 "노조 사무실 출입을 핑계로 불법시위를 한 것도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라며 노조책임론도 제기했다.
또 "야당측은 지금껏 대우차 사태에 일언반구 말이 없다가 뒤늦게 정략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정치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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