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선은 여성 피아니스트로는 드물게 스케일이 크고 밀고 나가는 힘이 강하면서 섬세함과 열정을 겸비한 연주자다. 30대 중반, 6월 말 첫 출산을 앞둔 그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작곡가 베토벤과 리스트의 곡으로 전국 순회 독주회에 들어갔다. 어제(17일) 광주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27일 대구까지, 6개 도시를 돈다. 피아노 문헌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과 초인적인 기교를 요구하는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을 연주한다. 이 대담한 선택은 그에게 첫 출산 못지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그는 "피아노 레퍼토리 중 거대한 이 두 산을 등반하기에 앞서 두려움보다는 벅찬 감격과 설렘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디아벨리 변주곡'은 연주시간이 50분에 이르는 대곡이다. 베토벤은 악보출판업자 디아벨리가 내놓은 괴상하고 우스꽝스런 왈츠를 주제로 33개의 소품을 작곡하면서 그 안에 유머, 조롱, 고집, 인간미, 너그러움, 번민 등을 집어넣었다. 피아노의 모든 것, 베토벤 음악의 모든 것이 집대성된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한 걸작이다.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또한 피아니스트의 능력을 시험하는 곡이다. 고난도 테크닉에 의한 외적인 화려함 안에 철학적인 숭고함을 담고 있다. 6곡으로 되어 있으며 달콤하고 눈부시게 쏟아지는 종소리의 3번 '라 캄파넬라'가 특히 유명하다.
백혜선은 "변주곡이 정신적ㆍ성격적인 면에서 연주자를 다양하게 해주는 정신적 도전이라면, 연습곡은 약한 손가락이나 몸의 부위를 강하게 만드는 육체적 도전"이라고 정리한다.
연주자에게는 그렇다 치고, 청중에게는 어떨까.
"연주시간 50분의 '디아벨리 변주곡'은 듣는 데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청중들로서는 끈기를 시험하는 동시에 사고의 힘을 키우는 곡이 될 것입니다. 반면 '파가니니 대연습곡'은 한곡 한곡이 단편소설처럼 재미있고 화려하기 때문에 편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공연 일정 19일(목) 부산문화회관 대강당, 20일(금) 순천문화예술회관, 22일(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4일(화) 울산 현대예술관, 27일(금) 대구문화예술회관. 오후 7시 30분. 예매 080-538-3200, www.ticketpark.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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