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이 주무셔도 누구도 깨우지 못한다. 할리우드 영화에만 등장하는 장면이 아니다. 실제 미국 법정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한 동포 변호사는 법관의 존엄한 권위를 실감했다고 한다.그렇게 사법부를 경외심으로 대하는 것이 어느 나라보다 갈등 요소가 많은 미국 사회가 법치를 자랑하는 바탕일 것이다.
우리 법원이 사회 전체가 경외하는 위상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민주적 법치가 일천한 때문이다. 특히 권위주의 시절 사법 정의가 왜곡된 탓이 크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사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법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을 사회 전체가 옹호하지 않으면 진정한 법치 구현은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최근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놓고 검찰이 법정 밖에서 감정 섞인 반론을 펴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임창열 경기지사 비리사건 등에 이어 '총풍사건'판결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장외 반박이 거듭되고 있다.
법원이 법정 안팎에서 검찰의 수사 잘못이나 정치적 영향 등을 나무라고 의심한데 대해, 담당 검사는 물론이고 검찰 조직이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해, 개별 사건과 판결을 둘러 싼 법률적 시비는 오로지 법정에서 가릴 일이다.
법관이 판결문에 덧붙여 소견을 밝혔다고 해서, 검찰이 공개 반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원은 사건에 관해 사실과 법리 및 가치 등을 판단하고 설명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검찰의 권한과 책무는 수사와 공소권을 행사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에 그친다. 개별 재판부가 그릇 판단하는 것은 3심 제도가 바로 잡을 수 있을 뿐이다.
그게 헌법이 마련한 법치의 틀이다.
검찰이 판결에 말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지나 성명서 따위를 내는 것은 이런 원칙과 틀을 벗어난 것이다. 판결 반박문을 검찰 통신망에 띄워 뭘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형사 사법제도에서 검찰의 상대는 피고인이지, 우월한 판단권을 지닌 법원이 아니다.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법원에 대들면 법치가 무너진다. '법-검 갈등'같은 표현조차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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