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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복씨 특별기고 / 서윤복옹 "장하다 봉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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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복씨 특별기고 / 서윤복옹 "장하다 봉주야"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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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선수가 105회 보스턴마라톤 결승테이프를 끊는 순간 54년전 당시 우승의 감격이 되살아나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일제강점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던 나는 2차대전 때문에 올림픽이 열리지 않아 45년 운동을 중단했다.해방전후 갈 길이 보이지 않던 암울한 시절, 다시 운동화끈을 조여매게 했던 단 하나의 이유는 '해방된 조국을 위해 달리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46년 보스턴 출신의 한 미군소위의 대회출전 권유가 아니었던들 47년 보스턴대회에는 결코 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기정 감독, 남승룡 코치와 함께 대회출전을 준비하면서 광복 이후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처음으로 세계대회에 나간다는 기쁨보다 출전을 위한 고통이 더욱 컸다.

'나라가 이렇게 힘이 없는가'하는 생각에 수많은 좌절감을 느꼈지만 온갖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미국 보스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봉주 선수가 32㎞지점인 '심장파열 언덕'에서 선두로 나서는 순간 그의 우승을 예감했다.

54년전 당시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 히테넨(핀란드)과 선두 각축을 벌이던 나는 30㎞지점에서 도로로 뛰쳐나온 개에 걸려 넘어져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다행히 히테넨을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나는 35㎞ 지점에서 승부를 걸어 선두로 나섰고 2시간25분39초의 기록으로 해방조국에 첫 우승소식을 전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봉주 선수가 31세의 나이로 보스턴마라톤을 제패했다는 사실은 좀처럼 믿기 어려운 한국마라톤의 쾌거이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서 불의의 사고로 저조한 기록을 냈던 이봉주 선수가 재기하리라고는 나 역시 생각치 못했다.

보스턴마라톤제패를 통한 그의 화려한 재기는 '차세대 선수가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마라토너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보다 노력뿐이라는 사실을 이봉주가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봉주 선수의 우승이 한국마라톤의 미래를 밝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마라톤은 한국육상 발전의 중심에 서 있다. 황영조와 이봉주 선수의 뒤를 잇는 걸출한 재목이 탄생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윤복옹(대한 육상경기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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