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이 시리아와 레바논까지 확산, 아랍권 대 이스라엘간의 전면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시리아는 16일 레바논에 주둔중인 자국군 3만 5,000명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했다. 파루크 알 샤라 시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군에 대한 공습은 중동지역에 폭력의 확산을 가져오는 "큰 실수"라며, "적당한 때에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바논내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적당한 때 이스라엘 적들에게 보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침략행위라고 일제히 비난하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아랍 연맹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유혈의 길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헬기를 동원,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경찰청 본부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경호부대인 '포스 17' 기지 2곳을 폭격했으며 가자 지구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시라아군 공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된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5월 남부 레바논에서 군대를 철수하면서 헤즈볼라가 공격하면 언제든지 보복하겠다고 천명해왔다. 특히 아리엘 샤론 총리가 집권한 후 헤즈볼라 응징에 대한 여론이 고조된 것도 이날 이스라엘의 시리아군 공격을 가능케 했다. 샤론 총리의 대변인인 라란 기신이 "(중동평화의)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라고 말한 것에서도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책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샤론 정부의 강경책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헤즈볼라가 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는지 그 이유가 주목된다. 현재 3만5,000명의 병사를 레바논에 주둔시키고 있는 시리아는 그 동안 자국군의 레바논 주둔 명분을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레바논인 보호를 내세워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레바논에서 철수하면서 시리아군의 레바논 주둔 명분은 크게 퇴색해왔다. 이에 따라 레바논에서도 시리아군 주둔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와 헤즈볼라는 추락한 자신의 위상을 만회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긴장을 유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배경으로 볼 때 당장 시리아와 이스라엘간의 긴장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시리아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보복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사일 공격을 할 경우, 양측의 충돌은 통제력을 벗어나 자칫 중동지역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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