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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부부클리닉…' 세태변화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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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부부클리닉…' 세태변화 보여줘

입력
2001.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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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한 주부였어요. 경제가 뭔지, 주식이 뭔지 아예 관심 밖의 일이었죠."13일 밤 11시에 방송된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제75화 '깡통찬 아내'. "돈 한 푼 못 버는 주제에…" 하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구박에 자존심 상한 미선은 쌈짓돈 2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여 처음에는 돈을 제법 벌었다. 딸이 그토록 원하던 피아노도 장만한다.

그 맛에 객장을 밥 먹듯 드나들며 5년간 모은 3,000만원을 날린다. 결국 사채업자에게 집까지 날리게 된다. 미선과 남편은 가사조정위원회에 들어선다. 여성 조정위원(정애리)은 '남편이 무심했다''아내에게 경제권이 너무 없었던 것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판사와 남성 조정위원은 부부갈등보다는 '주식중독'이라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고, 이혼보다는 치료를 모색하려 한다.

하지만 KBS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에는 '이혼 찬성'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심지어 주식투자 경험을 가진 주부조차도 '극중 미선의 경우는 너무 심하다. 남편과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혼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온다.

부부간의 다양한 문제들을 극화하여 시청자들의 의견을 묻는 '부부클리닉'. 밖에서는 엘리트이면서도 아내를 심하게 구타하는 57화 '매맞는 아내'편에는 무려 78%(2만 888명)이 '이혼하라'는 의견을 보였다. 부부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새 시어머니 이야기(73화)에서도 찬성 비율은 66%, 아내에게 하루 2,000원씩만 생활비를 주는 자린고비 남편(72화)에서도 59%가 이혼을 찬성했다.

이러한 생각은 이혼을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불행을 벗어겠다는 생각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부부 문제에 대해 역시 시청자의 의견을 물었던 이전 '드라마게임'에서 대부분 의 경우 '가정 유지'쪽으로 기울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어떻게든 화해를 유도하려는 극중 조정위원들과도 가치관의 충돌도 묘한 긴장감과 재미를 준다.

지나치게 효도가 극진한 남편의 사례에서 '부부클리닉'조정위원회의 판사와 남자 조정위원은 효의 전통적 가치와 '장손'의 어려운 입지를 아내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깡통찬 아내'에서 여성 조정위원은 전업주부의 소외감을 이야기한다. 어떤 방향이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서로에게 이해시켜 가정을 유지하려 하는, 우리사회의 온건ㆍ합리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셈이다.

'매일 보면서 남편과 티격태격한다.''우리 부부의 문제와 너무 똑같다.'이처럼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주는 '부부클리닉'의 사연들은 가정법률상담소의 상담내용, 실제 사연 등에서 구한다. 김종윤PD는 "1년 반 동안 일반적인 문제들은 거의 다룬 만큼 남편을 구타한 아내 등 언론 보도에 나타나는 최근의 사례들도 조심스럽게 극화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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