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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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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로

입력
2001.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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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맞게 되었다. 은행의 수신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것과 반대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오르고 있어 이자소득세를 제외한 실질금리가 2ㆍ4분기에는 0(零)이하가 될 것이라 한다.한마디로 은행에 돈을 넣어 두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감가상각 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저금리만 해도 유례가 없는 마당에 마이너스 역전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행동패턴과 거시 경제에 어떤 변화가 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고금리 보다 저금리가 국민경제에 있어서 선(善)이다. 저금리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의 안정과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은행금리마저 높을 경우 전체적인 가격요소의 앙등으로 인해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금리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도 금융자원의 균형과 조화의 결과라야 순기능 한다고 볼 때 최근 상황이 밝지 만은 않다. 금리가 물가보다 낮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다. 돈의 수급 원리로 볼 때 공급은 많고 수요가 적을 때 저금리가 생긴다.

작금의 상황도 외형상 그러하지만 내용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동안 구조개혁 과정에서 공적자금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유동성은 대폭 확대했지만 정작 기업 등 실물부문엔 돈이 돌지 않았다.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금융기관의 몸 사리기 등 전형적인 악성 경색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급과 수요시장이 유리(遊離)되어 금융자원의 비효율을 가중시키는 '유동성 함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중자금의 부동화ㆍ단기화가 그러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돈 값(금리) 하락으로 투자와 소비심리가 살아나 경기 진작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나 아직까지 의도대로 안 되고 있다. 자칫 소비과열이 물가상승만 부추겨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성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저금리 시대임에도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아 신용 불량자들이 양산되고, 은퇴자 등 금리생활자들은 그들대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저금리 선진국들의 다양한 재테크 상품들을 과감하게 도입함으로써 투자 활로를 열어주고 시중자금의 투기화를 방지해야 한다.

저금리 기조는 유지하되 부작용과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고도의 정책 테크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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