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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승부조작 의혹 中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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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승부조작 의혹 中 '시끌'

입력
2001.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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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 기사들이 대거 출전해서 관심을 끌었던 중국 프로 바둑 리그에서 승부 조작 의혹 사건이 발생해 중국 바둑계가 시끄럽다. 지난 9일 중국 산뚱(山東)성 지난(濟南)시에서 속개된 장쥔(將軍)배 전국 바둑 대회 을조 제6회전에서 저장(浙江)팀과 장수(江蘇)팀이 4인 1조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중 장수팀의 천린신(陳臨新) 9단이 상대팀 기사에게 '일부러 져 줄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대국 중 장수팀의 제4장 류시(劉曦) 3단이 화장실에 가는 듯 2~3분간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더니 갑자기 엉뚱한 수를 두어 스스로 자멸, 저장팀의 주송리(朱松力) 5단에게 불계패를 당했다. 한데 당시 류 3단이 자리를 비운 도중 저장팀의 제3장 천린신 9단이 몰래 류 3단을 만나 "그만 돌을 던져라"고 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그러자 저장팀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홍콩팀이 즉각 이의를 제기, 문제가 표면화했다. 대회 조직위는 긴급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재대국 결정을 내렸고 재대국 결과 저장팀이 다시 승리, 종합 전적 3대 1로 승점을 추가한 것으로 처리됐다.

한데 다음날 최종국(제7국)까지 치른 결과 선전(深 土변에 川)과 저장이 4승 3무승부로 공동 1위를 차지, 대회 규정에 따라 내년부터 갑조 진출이 확정됐고 홍콩팀은 4승 2무 1패로 3위에 머물렀다.

이렇게 되자 홍콩팀은 저장팀이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를 훔쳤다'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10일 폐막식에도 불참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를 '승부조작 사건'이라고 대서특필해 파문이 확대됐다.

마침내 천주더(陳祖德) 중국기원 원장까지 나서서 "천린신이 류시에게 '돌을 던지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국면은 주송리가 8~9집 정도 유리한 상황이었으므로 승부 조작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심판들의 결정에 따라 재대국을 한 결과 주송리가 이겼으므로 저장팀의 갑조 승급은 적법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천린신의 행위 자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앞으로 기원에서 상세히 조사, 엄정 처리할 것이며 아울러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국 규정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바둑 사상 공식 기전에서 구체적으로 승부 조작 의혹 사건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중국에서 바둑이 갑자기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각 팀간에 과열 경쟁을 벌인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바둑 대회 개최 등에 대비해 그동안 명확한 명문 규정이 없이 사안에 따라 심판위원회를 열어 처리해 왔던 대국 관행을 탈피, 실제 대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상세한 처리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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