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이만교(34)씨가 신작 장편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문학동네 발행)를 발표했다.'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그가 선보였던 경쾌하고도 냉소적인 유머의 세계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소설은 한 대가족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IMF 이후 한국사회의 세태를 풍자한다. 어머니는 공장에 나가면서 사남매를 키워냈다. 일류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고는 주식투자에 혈안이 된 형, 결혼해 고깃집을 하는 큰누나, 고교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는 작은누나, 제대 후 어학 연수를 준비 중인 나. IMF가 터져 졸지에 가족들의 삶은 일거에 파탄 상황에 빠진다.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있으면서도, 사회적 소용돌이에서는 언제나 한복판에서 상처받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이씨는 이 보잘 것 없는 가족사를 익살과 해학으로 따뜻하게 감싸안으면서 한국의 사회사와 그 안에서 살아야 했던 개개인의 삶을 절묘하게 겹쳐놓는다. 소설은 시종 웃음을 띠게 만드는 에피소드로 이어지지만 독서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되새김질 같은 씁쓸한 비애이다. "우울함보다는 유쾌함, 음습함보다는 청명함, 야유보다는 유머의 이야기꾼"(평론가 장은수)이라는 평처럼 이씨는 가벼운 농담 같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은 글쓰기로 젊은 이야기꾼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첫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선배 시인 유하씨가 영화로 만들고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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