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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주홍의 동화 '메아리', 20여년만에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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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주홍의 동화 '메아리', 20여년만에 재출간

입력
2001.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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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는 집에까지 어떻게 업혀 왔는지 몰랐다. 앞에서 불이 밝았다 어두웠다 하고, 아버지의 등에서 퀴퀴한 땀 냄새가 나던 것밖에 기억되는 것이 없었다.'지금의 30, 40대 학부모라면 어린 시절 한번쯤 읽어봤을 향파(向破) 이주홍(李周洪ㆍ1906~1987)의 단편 동화 '메아리'가 20여 년 만에 재출간됐다.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길벗어린이는 1959년 동화집 '외로운 짬보'(세기문화사 발행)에 처음 수록되고 이후 '이주홍 아동문학독본'(1962ㆍ을유문화사) '못나도 울엄마'(1977ㆍ창작과비평사)에 재수록됐던 이 작품을 김동성(31)씨의 삽화를 넣어 출간했다.

경남 합천군 합천면에서 태어난 향파는 1930~50년대 필명을 날렸던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문학가였다. 19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난과 사랑'이 입선되면서 등단한 그는 시나리오 '청춘', 동화집 '못난 돼지''피리 부는 소년'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1958년 부산문학회를 창립하고, 1978년에는 부산 지역 9명의 작가로 구성된 동인지 '갈숲'을 창간하는 등 부산 문학 발전을 위해서도 힘썼다.

'메아리'는 그의 단편 동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1950년대 깊은 산속 외딴집에서 아버지와 누나와 같이 사는 소년 돌이를 주인공으로 해, 누나가 시집간 뒤의 공허함과 새로 태어난 송아지에 대한 기쁨을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누나가 베던 그 때묻은 베개를 안고 누나의 냄새를 맡아 가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파랑 저고리도 안 입고, 붉은 치마도 안 입고, 머리도 이상하게 틀어 쪽찐, 그런 누나가 아닌 누나가 보고 싶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누나를 찾으러 갔다가 길을 잃기까지 한 소년의 아픔은 그날 밤 태어난 털이 빨간 송아지로 인해 치유된다. 돌이는 누나가 넘어가던 산마루로 올라가서 반대편 산을 향해 외친다. 외로울 때 친구였던 메아리가 들을 있도록 아주 크게.

"내 산아. 우리 집엔 새끼 소 한 마리가 태어났어. 내 동생이야. 허허허. 너두 좋니?'독자 마음까지 환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결말이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동성씨의 산수화 같은 삽화도 작품의 전달력을 높이고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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