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황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들어 9일까지 서울 지역 황사 발생일수가 15일로 최근 40년 동안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ㆍ중ㆍ일 3개국의 장관들이 모여 공동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심각하다. 노약자들은 뿌연 하늘만 보면 숨이 턱 막혀 외출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한다.미세한 먼지 형태로 공중에 떠다니는 황사는 각종 호흡기 및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더욱이 봄에는 낮은 습도와 꽃가루까지 가세해 전국의 병ㆍ의원에는 기관지천식 등 각종 호흡기와 알레르기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만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뿌연 하늘보다 더욱 심각한 게 집안 공기라고 지적한다. 건축자재에 남아있는 유해 화학물질, 외부에서 유입된 먼지, 각종 세균, 진드기, 곰팡이 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보다 오염이 훨씬 심한데도 눈에 보이지 않아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 오염된 실내공기를 100% 정화하긴 어렵지만, 몇 가지 상식만 알고 있으면 좀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다.
■오염된 집안공기로 천식ㆍ태열 악화
오염된 실내공기가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은 천식. 기관지의 폭이 부분적으로 좁아지면서 호흡곤란, 기침, 천명(쌕쌕거리는 소리) 등의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가정의 침대, 카펫 등에 살고 있는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등이 주요인이다.
태열로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도 알레르기 물질과 연관이 깊다. 얼굴, 머리, 목, 팔, 다리, 몸 등에 여러 가지 형태의 습진이 발생하며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재발성 피부염이다.
대한피부과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공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원인 불명의 아토피 피부염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역시 집먼지 진드기나 먼지, 애완동물의 털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사람의 피부를 물어뜯는 진드기가 가장 위험하다.
■이불을 자주 말리고 털어줘야
진드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이불. 평균 한 장의 이불에 20만~70만 마리의 진드기가 서식한다. 0.5g의 먼지 안에 2,000마리 정도가 서식한다고 보면 된다. 카펫과 소파, 이불, 베개 등에도 많다. 진드기는 섭씨 50도 이상이나 습도 50% 이하의 환경에선 생존할 수 없다.
또 의외로 충격에 약해 이불을 두들겨 패면 70%는 내장파열로 즉사한다. 매일 이불을 햇볕에 말리고, 걷을 때 가볍게 두들겨 먼지나 진드기를 털어내는 식으로 한 달면 계속하면 40~50%는 없앨 수 있다. 아이들이 껴안고 놀기 좋아하는 인형과 쿠션 등은 1주일에 한 번씩 24시간 냉동시켜 진드기를 죽인 후 물로 깨끗이 씻어줘야 한다.
곰팡이나 박테리아, 유기 화학물질, 먼지 등은 공기정화기로 정화할 수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방식의 제품이 수십 가지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팬 방식보다는 음이온 방전방식의 공기정화기를 권한다.
팬 방식은 과열 방지를 위해 모터를 꺼놓는 동안 팬에 붙어 있던 세균들이 다시 번식할 수 있다. ㈜원전커머스, 청풍 등이 음이온 방식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때밀거나 이태리타올 사용금물
침대나 소파, 쿠션 등은 물 세탁을 할 수 있는 면 소재의 제품을 사용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자주 바람을 쐬어주는 게 좋다. 실내 습도가 높은 집은 하루 두 번 이상 창문을 열고 환기해 줘야 한다. 걸레질을 자주 하면 집안이 눅눅해져 좋지 않다.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아이를 안을 때 모직이나 거친 섬유로 된 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며 "모직이 포함되지 않은 담요나 침대커버를 사용하고, 향료가 포함된 파우더나 비누, 세정제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은 목욕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샤워는 하루 한 번 미지근한 물로 하되, 먼저 피부에 있는 먼지를 제거하고 비누는 목욕 마지막에 사용하는 게 좋다"며 "때를 밀거나 이태리 타올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