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다. 그래서 4월이면 문화부가 지정하는 '이 달의 문화인물'로 과학기술계 인물을 골라 기념행사를 한다.그런데 올 4월의 문화인물은 함석헌(咸錫憲ㆍ1901~89)이다. 어느 모로 보나 과학기술 관련 인물은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소개 책자는 그를 시인, 시민운동가, 종교사상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군사정권 아래 반독재 운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 달의 인물'이 될 만하다.
하지만 4월 한 달만은 전처럼 과학기술계에 나눠 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인터넷으로 문화관광부의 '문화사랑방'에 들어가 과거에 뽑혔던 인물을 찾아보니 세종 때의 천문학자 이순지(李純之ㆍ1406~?), '택리지(擇里誌)'로 이름을 남긴 지리학자 이중환(李重煥ㆍ1690~1756), 일제 때의 나비박사 석주명(石宙明ㆍ1908~50), 한말에 근대과학 도입에 열성이었던 최한기(崔漢綺ㆍ1803∼77), 그리고 조선 중기의 자연철학자 서경덕徐敬德ㆍ1489∼1546)등이 1996년 이래 해마다 차례로 뽑혔음을 알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과학기술은 전통 사회에서 찬밥 신세였다. 우리 유교문화가 과학기술을 그 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까닭이다.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이 결국 세계사의 주도권을 서양에 넘겨주었던 것을 생각할 때, 지금이라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국가적으로 힘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대중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질적으로 '대중적' 문화라 할 수 있는 여러 공연예술이나 문학보다는 과학기술 분야에 국가적 관심을 더 기울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화부가 올해 4월을 과학기술로부터 빼앗아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학기술부가 따로 있어서 무시한 것일까? 그렇다면 과학기술부는 또 무엇인가? 그런 협조도 하지 않고 정부 부처끼리 따로 놀기로 한 것인가?
과학기술도 이 나라의 문화다. '과학의 달'에 과학기술자가 '이달의 문화인물'에 선정되지 못한다면, 한국 과학기술계의 앞날은 아직 어둡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박성래(한국외국어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