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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형도 TV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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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형도 TV 중계?

입력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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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인권 개념이 없던 시절에는 범죄자를 잔혹하게 공개 처형했다. 저잣거리에서 사지를 찢거나 목을 베었고, 화형까지 자행했다.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는 그 시절, 종교마저 악형을 부추긴 모순을 잘 그렸다.

목사가 상간(相姦)한 여인의 처형 현장에서 가슴 살에 새긴 양심의 고뇌, 간통의 상징 문자를 공개하는 극적 장면은 집단의 계율과 가치 수호를 명분으로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집단적 위선을 고발했다.

■소설이 나온 지 150년이 지나, 미국 사회가 '공개 처형'을 새삼 논란하고 있다. 발단은 1995년 오클라호마 시 연방건물 폭파 테러사건 범인의 사형 집행을 폐쇄회로 TV로 중계하기로 한 결정이다. 미국은 범죄 희생자 유족에게 사형 참관권을 인정한다.

그런데 이 사건 희생자는 160명이나 되고, 그 유족 가운데 250명이 참관을 요구했다. 사형장과 유리창으로 통하는 방이 비좁아 고심하던 연방 정부는 큰 방의 유족들에게 집행 장면을 중계하기로 한 것이다.

■걸프전 참전용사 출신인 테러범 티모시 맥베이는 연방 정부의 권위를 부정한 범행 동기를 알리기 위해 공개 처형을 자청했었다.

이에 방송 업자들이 TV 중계권 경매를 떠들고 나서 논란이 됐다. 결국 미국 정부는 법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그러나 폐쇄회로 중계가 새 나갈 우려와 함께, 가뜩이나 집단적 복수심의 충족에 불과하다고 비판 받는 사형 집행을 집단 참관하는 부도덕성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중세 암흑기 '마녀 사냥'과 화형식에서 잔혹성이 극에 달한 공개 처형은 공동체의 존립에 긴요한 가치를 대중에게 심기 위한 '사악한 축제'로 불린다.

현대 국가가 사형을 비공개로 집행하는 것은 범죄자의 인권 존중과 더불어, 공동체를 위해 생명을 빼앗는데 대한 죄의식의 표현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가 피해자 유족의 권리를 명분으로 다시 '사악한 축제'를 벌인다는 비판을 흘려 듣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과 회교국의 공개 처형을 비난하는데 앞장 서 왔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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