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산업을 '코묻은 돈 빼앗기' 정도로 폄하해선 곤란하다. 하얀 미국 강아지 '스누피'를 캐릭터로 활용한 메트라이프 생명보험 회사(미국)는 딱딱하고 관료적인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고, 주머니 속의 일본 괴물 '포켓몬스터' 를 기체에 부착한 전일항공(ANAㆍ일본)은 탑승률을 15%나 상승시킬 수 있었다. 제대로 자리잡은 캐릭터는 금전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만화를 음성적인 것으로 여겨왔던 탓인지 국내 광고에서는 캐릭터를 광고모델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왔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년동안 '짱구'나 '헬로 키티'같은 일본 캐릭터가 몰려 들어오면서 광고업계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하고 친구처럼 여기는 미국 문화와 달리 '남는 장사'가 목적인 일본 캐릭터 산업의 위력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영원히 늙지 않고 스캔들도 없는' 캐릭터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삼성몰'은 해외 캐릭터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모델은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가 선보였던 클레이메이션 영화 '월레스 앤 그로밋'의 점토인형 주인공인 중년의 발명가 월레스와 귀여운 개 그로밋.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과 전자공학 서적을 읽고 뜨개질을 하는 강아지 그로밋이 인상적이었던 이 만화영화는 개봉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터운 '마니아'팬을 갖고 있을 정도다.
소비자들이 삼성몰에 대해 친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점토인형을 모델로 캐스팅했다고 제작팀은 밝혔다.
대우자동차의 '무보증 할부제도' CF는 국내 작가의 만화 캐릭터 '무대리'를 광고모델로 등장시켰다.
무대리는 신세대와 구세대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30대 중반의 샐러리맨. 집에서는 부인에게 구박을 받고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구박을 받는 무대리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이 무대리가 CF에 출연, "부장님, 보증 좀."이라며 주뼛주뼛 보증을 부탁하다가 부장에게 볼을 꼬집힌다.
낙심한 무대리를 '무보증 할부제도'가 구해준다는 게 광고내용. 무보증 제도의 타깃이 30대 남성 직장인인 만큼 이들이 공감할 만한 광고모델을 찾던 끝에 '무대리'를 발견했다는 게 제작팀의 설명이다. 우리 캐릭터와 해외 캐릭터의 차이점 한가지.
'무대리'의 작가가 직접 광고의 그림을 그린 반면 '월레스와 그로밋'은 영화와 포스터 장면을 따왔다. 모델료는 6개월~1년 계약에 3,000만~4,000만원대.
콜라회사들은 이미 알려진 캐릭터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보다는 고유의 캐릭터를 개발해 내는 데 힘을 기울이는 쪽이다.
펩시콜라의 '펩시맨'이나 코카콜라의 '북극곰'은 CF로 잘 알려진 캐릭터다. 코카콜라는 최근 어린이용 과일주스 '쿠우'를 내놓고 캐릭터 '쿠우'를 개발, 애니메이션 광고를 제작했다.
음료수를 마신 뒤 상쾌한 느낌을 표현하는 감탄사 '쿠우-'를 이름으로 딴 이 캐릭터는 미국모델답게 밝고 성실하지만 '왕자병'이 있는 성격을 갖춘 '인격체'다. 목욕하고 나온 쿠우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아빠를 보고 쿠우주스를 컵에 따라 아빠와 건배하는 광고를 시작으로, 6편의 시리즈가 방영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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