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지는 국내 경제환경이 워낙 답답해 차라리 눈감고 싶다.무역수지가 흑자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나 수출이 늘기보다 자본재 등 수입이 줄어든 덕분이다. 우리 경제의 절대적 규모가 수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조다.
물가가 5%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여서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가 코앞에 닥쳤다. 은행에 돈을 넣어둘 유인이 없어 소비심리 조장-물가상승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실물부문도 혼란스럽다. 금주중 현대건설의 만기대출금에 대한 상환 연장 및 우대금리 적용이 결정되고,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와 쌍용양회는 5월중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마냥 돈을 쏟아넣고 있으나 이들 기업의 회생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우차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은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대우차 GM매각 협상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정부가 선문답만 늘어놓는 등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현대가 손들고 나자빠져 파산 직전이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방북도 기대할 게 못된다.
그나마 세계은행과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연말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아 한가닥 위안이 된다. 부활절을 축복이라도 하듯 뉴욕증시가 지난 주 상승랠리를 이어간 것도 모처럼 맡는 봄내음이다.
하지만 금주 발표되는 미국 주요기업의 1분기 실적이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점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 마저 광고부진을 이유로 감원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은 미국경기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지않고선 고통의 터널을 벗어나기 쉽지않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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